천자춘추/한 철거민의 죽음

지난 3월 14일 아침,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향촌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지역에서 신모씨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신모씨는 향촌지구에서 세입자로 살고 있었으며, 세입자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철거가 자행된 다음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대한주택공사는 만수 향촌지구에 지난 2002년 2천852호 규모의 주택을 새로 건설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실시하면서 세입자에 대한 실질적인 이주 대책없이 철거를 진행해 왔다. 철거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고, 빈 집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세입자의 자진퇴거를 위협하기 위한 폭력이 다반사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이제 30여 가구가 남은 세입자들은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자행된 일련의 폭력 속에서 철거민 신모씨는 목을 매 자살을 선택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철거민에 대한 사회적 소외를 피해 영혼이나마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갔으리라. 신모씨의 죽음으로 세입자의 주거권 문제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주택재개발지역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의 가장 큰 문제는 세입자의 이주대책 문제이다.

토지주와 건물주에게는 보상비와 함께 아파트 분양권도 주어지지만, 세입자에게는 이주비용 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는 실정이다. 길게는 수십년을, 짧게는 수년을 그 지역에 살면서 노점상이나 소공장 일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 오고 있는 세입자들에게 ‘셋방’이란 최소한의 기본권을 유지 할 수 있는 공간, 보금자리이다. 그 자리마저 빼앗기게 되면 정말, 벼랑 끝에 서는 심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만수향촌 세입자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를 허용하라는 것과 가이주 시설을 건립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강제철거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만수향촌세입자의 70%가 월세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10만원 이하이고, 전세의 경우 500만원 이하의 열악한 주거생활을 하며, 또한 주민의 50%가 월수입이 50만원 이하라는 조사를 볼 때, 이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소형임대주택의 건설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살인적인 강제철거의 중단이다. 유엔 사회경제문회위원회도 한국에 대해 강제철거의 중단을 권고한 바 있다.

한 철거민의 죽음으로 대한주택공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신모씨의 죽음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적인 살 권리를 요구하는 철거민들에게 자행된 사회적 타살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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