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세인 A군은 불량 친구들과 어울려 등·하교길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뜯다 경찰에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처분을 받았으나 보호관찰기간동안 또 다시 가출, 소재불명인 채 몇개월이 지나자 이번에는 보호관찰 준수사항 위반으로 소년원에 가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A군 아버지는 3년 전 A군 친모와 이혼하고 A군 양육을 맡아 왔는데 이혼할 당시 앙금이 남아 있어 A군에게 친모와의 접촉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A군은 친모를 그리워한 나머지 몰래 찾아가 만나다 이번에는 아예 가출하고 친모에게 가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자 A군 아버지는 아들을 소년원에 보내지 않기 위해 별 수 없이 A군이 친모와 동거하는 것을 허락했다.
A군은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우등생이었으나 부모 이혼으로 불과 2~3년만에 보호관찰을 받는 비행소년으로 전락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정에 애착을 느끼지 못하면서 동네 불량소년들과 어울리게 됐고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후 오락실이나 길거리, 친구 집 등을 전전하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놀이문화에 심취하게 됐다.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가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다. 어떤 부모도 자녀가 잘 자라주길 바라지 않는 경우가 없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자녀들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성장해 부모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가? 자녀들이 남부끄럽지 않게 자라 주길 원하면서도 부모들 자신은 부끄러운 일을 예사롭게 하고 잘못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부모를 둔 불행한 가정들이 많다. 부모가 된다는 사실은 이 세상의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부모가 되는 게 즐겁고 중요한 것처럼 부모의 역할도 즐겁고 중요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부모가 될 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참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아이들만 훌륭하게 돼라고 강요하는 부모들이 있다. 부모 역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으려 해도 교육을 시키는 기관이나 전문가도 없다. 내가 어떠한 부모인가를 알아보는 건 내가 기르는 아이가 돼 보는 것이다. 훌륭한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 자신이 자기의 자녀가 돼 봐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로 부모의 참 모습을 비춰 준다. 아이라는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내 모습의 형체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게 먼저다. 아이의 모습이 곧 부모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임 종 호 수원보호관찰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