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200여 도시에서 300여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최초고용계약법(CPE) 철회촉구시위는 마침내 고용시장 유연화를 겨냥한 우파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급제동을 걸었다. 프랑스 정부가 고용의 유연성을 내걸고 추진했던 최초고용계약법이 프랑스 전역에서 2개월 넘게 계속된 학생과 노조의 시위에 굴복해 결국 철회됐다. 프랑스 국민들은 “정부와 기업인들은 우리들과 같은 세상에서 살지 않는다. 어떻게 그들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줄 수 있느냐”며 강하게 저항했고 마침내 의미있는 승리를 거뒀다.
이를 두고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 사회가 변화를 거부했다는 상반된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당장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둘러싼 우리의 국회를 볼 때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 철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은 26세 미만 노동자를 최초로 고용하는 경우 2년 이내 아무런 이유없이 해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법안은 2년 계약기간 동안에는 사용자 임의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유연성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점은 프랑스와 같지만 다른 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26세 미만의 노동자를 최초 고용할 때는 물론 아무 때나 2년 고용계약을 할 수 있고 2년 계약기간 안에는 아무 때나 해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인 곳은 프랑스이며 우리나라는 국회 상임위에 법안이 통과됐는데도 노동단체들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도 없으며 투쟁이 확산되지도 않고 있다.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인데도 남의 이야기인양 문제의식이 없다. 고용불안이란 절박한 문제를 사회구조 개혁보다는 취업시험공부나 학과공부 등으로 돌파하려는 개인적 의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비정규직법안에 무관심한 것이다.
이번 프랑스의 최초고용계약법 철회는 신자유주의 공세에 속수무책이던 반세계화 진영에겐 오랜만에 거둔, 작지만 의미있는 승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이번 프랑스의 법안 철회가 변화보다는 현실 안주를 선택했다고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또한 외국 기업들의 신규 투자 감소를 가져 오고 경제성장률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근거없는 전망으로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프랑스 국민들의 말처럼 고용불안의 미래를 갖고 있는 청년학생과 노동자 등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비정규직 법안의 처리를 어찌해야 하는가.
/유 진 수 인천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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