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죄부 어디서 팝니까?

최근 삼성그룹의 8천억원 기부를 필두로 외환은행 매각 차액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론스타 펀드의 1천억 기부, 그리고 현대 일가의 1조원 사회 기부…. 물론 그 기부 이유와 액수 등은 다르다지만 다 뭔가 켕기는, 내지는 검찰로부터 그들이 의심받고 있는 죄에 대한 면죄부의 대가라고 생각하며 아울러 부정적인 국민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어리석은 기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누구로부터 물려받은 혹은 벌어들인 돈인가? 1조원이면 도대체가 얼마나 큰 돈인가? 과연 어느 단체가 선뜻 받겠다고 하겠는가? 정부나 검찰이 일단 죄가 있어 조사를 시작했다면 끝까지 일벌백계원칙에 따라 그들을 응징하고 벌을 주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믿고 사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가. 국민의 실망에 그들은 과연 뭐라고 변명하고 위로할까. 일반 시민이 하찮은 경범죄를 짓거나 사소한 죄를 범했다고 가정하자. 그 면죄부 대가로 어느 정도의 기부금을 사회에 내 놓거나 또 어느 연예인처럼 사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하면 죄를 면해 주겠는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고 배웠지만 돈만 있으면 죄를 짓고도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허탈함은 과연 누가 보상해 준단 말인가. 국민과 언론은 이 문제만큼은 적어도 대다수 선량한 우리의 힘을 보여 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권력과 돈 앞에, 처참히 우리의 이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경고를 줄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이 기부금을 정부가 관리한다고 하는데 지금은 사용과 관리문제보다 그들의 죄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정부보다는 사회복지재단이나 또는 그와 유사한 기관에 위탁 관리하는 것이 보다 깨끗하지 않겠는가. 문제가 생기면 또 면죄부를 줄 것인가. 5·31지방선거도 이미 여러 비리들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들에겐 또 다시 어떤 특혜를, 얼마에 면죄부를 팔까.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은 정부와 검찰이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길 바랄뿐이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고방식도 바꿔야 한다. 누가 뭐래도 50년대 이후 정치적으로 미숙했던 격동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재벌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는 부정하지 않겠지만 이에 비해 그들은 특권 이상으로 누려 왔다. 하지만 이제 일반 국민들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잣대로 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이 아직 많음은 밝은 우리의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 상 훈 수원여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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