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장애인의 수호신인가

4월은 눈부신 축제 분위기다. 봄기운이 대지에 생명을 불어 넣자 재빠르게 화려한 옷을 입고 마중을 나온 벚꽃, 저마다 붉게 타는 진달래꽃, 옹기종기 노랗게 물들어 있는 개나리꽃 등은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무표정한 현대인의 발걸음을 붙잡고 얼굴에 윤기를 더해 준다. 하지만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1922년 발표한 ‘황무지’에서 생명력이 넘치는 4월도 변화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사람에겐 진정한 재생의 기회가 아니며 대지를 깨우는 생명의 힘조차도 공허한 추억과 고통을 주기 때문에 4월은 잔인할 수밖에 없고 “지난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계절이 바뀌고 사회가 변화해도 기본적인 사회적 권리와 균등한 기회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그들은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후천적 장애를 입은 사람일 수 있고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갖고 태어난 사람일 수도 있기에 누구든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장애인의 사회적 복지가 개선되고 있지만 정상인이 장애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어 최소한의 장애인의 권리마저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보험금과 사회복지 등을 담보로 한 위장 교통사고나 자해 공갈, 허위 진단서 발급 등의 범죄로 수혜를 노리는 사람들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게 그것이다. 일부 의사들도 브로커와 합세해 사례금을 받고 허위 진단서와 장애진단서 등을 상습적으로 발급해줘 정상인을 장애인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일단 장애진단서가 발급되면 LPG차량 연료 주입, 장애수당 지급, 교육비 지원, 각종 세금 면제 및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 등 무려 45가지 정도의 특혜를 보장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세금으로 이뤄진 국고 지원금을 정신이 병들어 있는 가짜 장애인들에게 분산·지급돼 진짜 장애인들의 권리가 그만큼 줄고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장애인들을 울리고 있다. 그들이 법을 기만해 빚어낸 도덕 불감증과 무감각해진 죄의식은 정신적 장애(障碍)의 정도를 넘어 용서받지 못할 민주사회의 장해(障害)가 되고 있다. 4월25일 법의 날을 맞아 장애인에 대해 법은 약자의 수호신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줄 때 비로소 오랜 겨울을 보낸 사람일수록 그만큼 눈부신 4월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권 성 훈 시인·경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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