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물과 수돗물

최근 웰빙 붐으로 가까운 산의 약수터 물이나 시판 생수 등을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같은 점에 착안, 무릇 맛있는 물이라 함은 어떤 물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수돗물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성이 있다. 물맛을 한마디로 규정할 순 없다. 같은 수질의 물일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맛으로 느낄 순 없다. 맛있다고 하는 감각은 주관적이고 더군다나 사람들에 따라 좋아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온이 높을 때, 건조하고 온도가 낮을 때, 목이 갈증 날 때, 운동한 후, 이튿날 취한 아침 등에 마신 물은 맛있게 느낄 수 있다. 이는 물의 맛이 기상상태나 마시는 사람들의 건강상태, 몸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물맛은 깨끗한 용기로 마실 때, 분위기가 좋은 환경에서 마실 때, 기분 좋을 때 맛있게 해준다. 물맛을 훼손하는 요소로는 물의 소독으로 인한 잔류염소가 있다. 잔류염소는 수돗물의 위생 확보를 위해 첨가됐지만 원소가 오염돼 염소 소비량이 많은 물에선 염소 주입량이 커지며 잔류 염소가 높아진다. 맛있는 수돗물 공급이라고 하는 관점에선 무엇보다도 우선 청정한 수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염소 냄새문제에 대해선 수돗물로 고려해야 한다. 수도사업자에 따라 염소는 물의 위생을 확보하는 선에서 절대 불가결한 물질이지만 수도로서 일반적으로 염소를 과잉 신뢰, 수원 오염에 대해 염소를 대량 주입으로 대응해 왔다고 하는 면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수도의 염소 냄새는 물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바람직한 냄새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물의 오염과 트리할로메탄을 연상시키는 불유쾌한 냄새로 수돗물 이용자들에게 파악되는 측면이 있으며 염소 냄새를 맛없는 냄새로 느끼게 한다. 잔류 염소량을 저감시키는 일은 수원의 상황이나 기존의 수도시스템으로 봐 극히 곤란한 사정에 있지만 물이 맛 없음을 염소 냄새때문이라고 하는 수돗물 이용자들이 상당수이고 물 맛 없음이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고 있는 현 상황이 그리 녹록하진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해 온 것 처럼 맛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선 오존·활성탄·생물처리 등을 이용해 이취를 제거하고 염소 소비량이 적은 물을 만들어 두면 좋다. 물론 그러한 시설 정비에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며 다소나마 수도요금이 올라감에 따른 수요자들의 이해가 필요하지만 수요자들의 요구가 있으면 맛있는 수돗물 공급은 불가능하진 않다.

/김 종 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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