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여론조사

지방선거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다. 이를 계기로 꼭 짚고 넘어 가야 할 대목이 있어 지적한다. 언제부터인가 선거때가 되면 각종 매스컴을 통해 흘러 나오는 갖가지 선거여론조사 결과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사상 초유로 여론조사를 통해 여권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는 일도 있었다. 그 여파인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각 정당이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 반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까지 발전했다.

선거여론조사의 효시는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여론조사이다.

조지 갤럽은 1935년 갤럽여론조사연구소를 설립한 후 1936년 대통령 선거여론조사를 실시, 루즈벨트 후보 당선을 예측했는데 이 예측이 적중했다. 이를 계기로 선거여론조사는 일거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됐으며 이후 전세계로 퍼졌다.

우리나라 선거여론조사 역사는 지난 1987년 시작됐다. 지금이야 선거여론조사는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여지지만 사실 제5공화국 때까지 선거여론조사는 법으로 금지되고 있었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으로 인한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비로소 선거여론조사가 허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87년 제14대 대통령선거 때 한국갤럽이 당시 노태우 후보 당선을 예측, 적중시킨 후 선거여론조사가 급속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마치 진실 그 자체인양 지나치게 과신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선거여론조사를 흉내를 내 여론을 조작하려드는 사람들까지 생기는등 여러모로 과잉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선거여론조사 질을 가늠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알리는 언론은 보다 세심하게 각종 지지율 통계의 품질을 평가해 신뢰성 있는 조사 결과만 보도함으로써 시민들이 믿고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박진우 수원대 통계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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