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과 능력

김용수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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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구성원들간에는 다양한 특징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병리현상을 보면 원칙을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의 원인이다. 기업을 비롯한 영리법인의 경우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보다 정직성을 우선하면 기업간 경쟁체제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반면 공익을 우선하는 비영리단체가 정직성보다 능력을 우선시한다면 심각한 도덕성 시비가 벌어진다. 능력도 있고 정직성도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두 가지 덕목중 어느 게 우선시 돼야 할까. 이는 수학공식같은 명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져야 할 가변적인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중 심각한 건 과정의 정당성보다는 결과가 우선시되는 풍토때문이다. 공적인 일을 하는 자리에 혈연과 지연, 학연 등이 등장해 조직의 건강성이 결여된다면 어느 구성원이 정직성을 중시하겠는가. 대한민국 공직사회에서 간부급에 있는 인사들에게 정직성과 사회적응능력중 어느 게 우선인가라고 조사하면 답은 자명하다.

20대는 정직성이 우선이고 사회적응능력은 그 다음인줄 알았던 많은 사람들이 30~40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사회적응능력이 정직성보다 우선이라고 생각이 변했다면 과연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까.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문제는 피해가 국민들에게 가기 때문에 심각성이 있다. 공직사회도, 정당도, 공공단체도 정직성보다 처세가 우선이라면 이들이 어찌 공공단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 불신의 근본원인은 무능력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정직성에 대한 실망이 보다 큰 원인이다. 국민들이 집권초 현 정권에 기대한 건 높은 도덕성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였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정권과 같은 측근 비리와 민심과 동떨어진 고집스러운 행태에서 민심을 얻지 못했다. 능력은 다소 부족해도 정직성만큼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높을 것이란 기대가 실망의 단계를 넘어 분노로 표현된 게 5·31지방선거의 교훈이다.

경제지표나 운운하고 여전히 이념 지향적인 행태를 보일 때 삶에 지친 국민들이 어찌 흔쾌한 지지를 보낼 수 있을까.

5·31지방선거는 국민들이 직접 선택한 현 정권에 대한 탄핵이다. 민심은 거대한 바다처럼 변화한다. 현 정권이 정직성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간다면 분노의 바다는 평온의 바다로 바뀔 것이다.

/김용수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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