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유해물질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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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피우지 않고 있다’란 표현은 ‘과거엔 피웠다’란 의미인데 사실 오래 전 식구들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담배를 끊었지만 피우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같은 이유로 담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때면 스스럼없이 비흡연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예전에 피웠던 일로 가끔 죄책감이 들 때도 있다.

담배는 본래 콜럼버스가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상륙, 당시 인디언들이 피우는 무엇인가를 본 후 비로소 문명 세계에 알려진 식물이다. 국내에 들어온 건 1618년 일본을 거쳐서, 또는 중국을 왕래하던 상인들에 의해서라고 하는데 확실하진 않다. 당시 담배는 어른들의 기호품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었고 양반들의 권위의 상징이었다. 긴 담뱃대를 입에 문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해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건강문제를 담배와 관련해 이야기하는데 필자도 이와 조금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비슷한 논쟁에 휘말리게 된다.

사실 이는 담배 속에 포함된 많은 유해물질들 때문인데 현재 담배와 담배 연기중 확인된 오염물질 수는 무려 4천여종 이상이고 이들 중 사람과 동물에게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합물은 무려 60여종이다. 담배의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진행돼 벤조피렌, 디메틸니트로소엔니코틴 등과 같은 유해성 유기오염물질들과 카드뮴, 수은, 납 등 중금속 이외에도 최근엔 다이옥신과 같은 내분비계 장애물질들이 함유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일본 환경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담배 한갑 속에 든 다이옥신 양은 미국 산 K제품이 48피코g(피코g:1조분의 1g) 일본산 M제품이 18피코g 등이었는데 하루 담배 1갑(20개비)을 피울 경우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이 몰린 곳에서 하루 종일 흡입한 것과 같은 양의 다이옥신을 체내로 흡입하는 것으로 이는 국내 식품중 체중 60㎏ 성인 하루 섭취 허용기준 4피코g 등을 훨씬 초과하는 양이다.

이처럼 담배를 유해물질로 생각한다면 담배를 가급적 피우지 않는 게 좋겠지만 많은 애연가들에겐 또 하나의 기호품으로 든든한 친구요 즐거움이기도 한 담배를 멋지게 포기할 수 있을까?

/김종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북부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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