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라는 용어는 이제 우리 시대의 평범하고도 일반화된 친숙한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방자치 필요성에 모아졌었던 관심사는 민선4기를 전후, 새로운 화두에 접하게 됐다. 지방시대 주역인 주민과 그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역량과 위상에 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을 비롯, 어느 법률, 혹은 어느 시행령에도 지방정부란 용어는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중앙집권시대의 연장선에서 중앙정부의 일선행정기관으로 여겨졌던 ‘지방자치단체’란 개념으로 규정됐을뿐이다.
왜 ‘지방정부(Local Government)’란 용어는 법령체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중앙정부는 이같은 용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단적으로 지방차원에서의 지방정치를 애써 무시하거나 혹은 지방정부의 집행기관과 의결기관 등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를 막론하고 지방으로 되돌려 주겠다고 외쳐오던 교육자치권과 경찰자치권 이양이 벽에 부딪히고 있음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수도권정책, 상수원관리, 광역교통행정, 뉴타운계획 등 각종의 쟁점사항들을 짚어 본다면 과연 지방정부가 정책형성권, 나아가 정책결정권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주위의 많은 지방정부들은 그들이 입안한 계획이나 시책을 실현시키기에 중앙정부의 상위정책이나 기존의 법령 등이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방시대 이름에 걸맞지 않은 중앙집권적인 사고의 틀이 아직도 우리의 정치행정 시스템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치권이란 어디까지나 국가로부터 수여(授與)된 영역에서 존재하며 독립된 권한은 아니다”라고 하는 이론적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한계를 인정해도 “지방자치란 스스로의 의사와 결정, 그리고 책임을 담보로 존재하는 고유권을 갖고 있다”는 근본적 취지를 부정하면 안된다. 작금에 나타나는 중앙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간섭을 보면서 우리에게 과연 ‘지방정부란 있는가. 그리고 진정한 지방자치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잔잔한 분노와 좌절이 동시에 덮쳐오고 있다.
/신원득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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