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싸움 놀이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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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는 ‘설검(說劍)’편의 우화를 통해 권력자는 칼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권력은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손에 칼을 쥔 사람은 망나니처럼 칼날을 휘둘러댈 수는 있지만 허공을 자를 수는 없다. 칼은 아무것도 없는 것 앞에선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옛날 조나라 문왕은 칼싸움을 너무나 좋아했다. 밤낮으로 임금 앞에서 칼싸움을 해 죽거나 상처를 입는자가 한해 100명도 넘었다고 한다. 임금이 칼싸움에 미치면 나라가 망하는 법이다. 매일 칼싸움을 해도 구경하길 좋아하는 문왕때문에 칼싸움으로 3년을 보내자 나라 사정이 엉망이 됐다. 이웃 나라 제후들이 조나라를 멸망시키려고 하자 문왕의 태자는 걱정해 장자를 불러 임금의 마음을 바꾸려고 했다. 장자는 문왕을 만나 칼에 대해 말하는데 장자는 세가지 칼에 대해 설명한다.

첫째가 천자의 검이다. 이 칼로 앞을 내지르면 가로 막힘이 없고 아래로 내리치면 걸리는 게 없으며 휘두르면 사방에 거칠 게 없는, 한번 쓰기만 하면 제후들의 기강이 바로 서고 천하가 모두 복종하게 만드는 칼이다. 둘째가 제후의 검이다. 이 검은 한번 쓰면 천둥소리가 진동하고 나라 안 사람들은 모두 복종하고 임금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가 없어 진다. 셋째가 서인의 칼이다. 임금 앞에서 칼을 서로 치면서 위로는 목을 베고 아래로는 간이나 폐를 찌른다. 이것이 서인의 검이며 이는 싸움닭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 임금이 천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서인의 검을 좋아하고 있으니 장자는 문왕을 경멸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문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아 장자의 손을 이끌고 궁안으로 들어 갔다. 이처럼 미친 개짓을 하던 문왕은 부끄러움을 알아 차리고 칼싸움 재미를 버리게 됐던 모양이다.

칼을 믿는 임금은 나라가 칼날에 베이는 고깃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다. 아무리 휘둘러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 권력욕은 국민의 피를 부르게 마련이다. 이미 파탄지경이나 다름없는 국민경제 위기 속에서 이빨 빠진 칼을 들고 위세를 부르는 자들의 모습이 얼마나 비겁한지 서인들이 먼저 알고 있다. 미친개도 오줌을 눌 때는 뒷발을 들 줄 안다. 다리에 오줌이 묻는 것을 피하려는 까닭이다. 칼싸움놀이가 국민의 마음을 피로 적신다는 것을 안다면 뒷다리를 드는 개의 지혜를 받아 들일 수도 있는 일이다.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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