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들어서는 길목, 화성의 9월은 서해안부터 흑자빛 포도가 알알이 영글며 달콤한 향기로 우리의 코끝을 아른거리게 한다. 조개껍질이 많이 함유된 기름진 흙과 해풍, 낮과 밤의 일교차 큰 기후, 비가림을 통한 저농약 친환경 재배 등으로 ‘햇살드리’ 포도 등은 다른 지역과 달리 색깔이 짙고 알이 굵으며 당도 또한 매우 높다. 포도 원산지는 카스피해 인근 소아시아지방으로 알려져 있다. 고대 바빌론 함무라비 법전은 와인에 물 섞는 것을 금지한 내용과 로마신화에 디오니소스, 바쿠스라는 이름의 와인 신 등장,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와인을 기초 화장수로 사용했다는 점 등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포도 재배는 조선 초기로 추정되며 본격적인 재배는 구한말 미국계 포도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대부분의 품종은 켐벨어리이다. 포도는 양질의 포도당과 과당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빠르게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만큼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지난 97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은 포도에 함유된 레스베라트롤 성분의 암세포 자살촉진 항암효과를 발표했다.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전 생성을 억제, 동맥경화와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 등이 풍부한 포도 씨는 미용에 좋고 씨앗을 볶아 가루로 복용하거나 삶아 마시면 정력이 증강되고 몸 안의 독성도 중화시켜 준다. 프랑스인들이 미국인보다 30% 이상 지방질 섭취가 많고 운동량이 적으면서도 심장병 사망 확률이 낮은 이유는 적포도주나 포도주스 등에 포함된 기능성 물질이 체내 콜레스테롤 함량을 저하시키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유용하고 토착화된 포도산업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서 일부 농가들이 포도 농사를 포기했지만 화성시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이용, 오랜 기간 신선도 유지가 가능한 특수 포장지를 개발해 친환경 무가온 재배를 통한 최고의 포도로 해외 역수출이란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했다. 실제로 올해 칠레산 포도 수입량은 지난해보다 35% 증가한 1만5천t으로 추정되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화성시는 지난해 수출단지 44㏊에서 ‘햇살드리’ 포도 200여t을 생산,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과 말레이시아 등지로 처녀 수출했다. 지금은 ‘햇살드리’ 포도 생산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이다. 이번 주말은 가족과 함께 특유의 향이 감도는 상큼달콤한 포도를 맛보며 신비의 바다 제부도를 거닐어 봄이 어떨지….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