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당국과 연구기관들은 정책방향이나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통해 시장 참가자들에게 수시로 신호를 발송한다. 정보경제학에선 정보를 갖고 있는 경제주체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는 행위를 신호발송(Signaling)이라고 부르고 반대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갖지 못한 경제주체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행위를 선별(Screening)이라고 일컫는다. 즉, 신호를 보내는 주체는 정보 보유자이고 선별하는 주체는 정보 비보유자이다.
그동안 정부당국과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각종 통계를 보면 올해 하반기와 내년 경기전망 역시 다소 비관적일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기업이나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지표가 연일 추락, 우려했던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3대 지표는 수개월째 성장탄력을 잃고 있다. 문제는 정보 비보유자인 기업이 이러한 정보 보유자의 신호발송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출을 억제하고 투자를 보류, 최대한의 긴축경영으로 나아가려 할 것이다. 반대로 소수이긴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또 다른 호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다. 신호발송 해석은 이처럼 기업들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세계적인 부를 이룬 기업가는 후자처럼 항상 불황기에 싸게 사 호황기에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윤을 축적했었다. 그리스 해운왕인 오나시스는 해운업에 진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중 건조한 규격수송선인 리버티선을 싸게 사들여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면 금융기관들은 기업 대출에 대한 추가 금리인상에다 선별적인 기업 지원으로 대응할 것이다. 이는 지금처럼 금융기관이 기업대출에 적극적일 때 미리 자금한도를 확보해 두라는 신호를 기업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경기가 어려우면 값싸고 매력적인 원재료나 공장 등의 매물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막상 기업들이 이를 사려고 해도 자금이 없거나 금융기관 대출통로가 막혀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보보유자가 보내는 갖가지 신호발송에 대한 해석은 이를 선별하는 기업가 몫이란 점을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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