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앞에 장사 없다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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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누구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중 하나가 자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식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격언처럼 전해지는지도 모른다.

부모 입장에선 누구나 부모의 의중대로 자라고 행동하길 바란다. 자신이 낳았기 때문에 은연중 자신의 의지대로 키우려는 욕심이 있다. 심하면 모든 것을 부모의 뜻대로 따라 주길 원한다. 낳아 주고 길러 줬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자식이 성장해 머리가 커지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보다 힘이 약하거나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자식이 부모에 대한 사랑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 자식간 사랑을 내리사랑이라고도 한다. ‘콩쥐팥쥐’에 나오는 계모는 자식을 이긴다. 그것은 내리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무조건적인 자식에 대한 사랑이 노후에 부모에게 짐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일전에 ‘노후의 가장 큰 적은 자식’이란 기사를 봤다. 경매가 넘어가는 집의 20%, 한해 8만여건이 자식 빚 보증 서느라 잡힌 경우라고 한다.

힘들게 가르치고 기둥뿌리 뽑아 결혼시키고 집 장만해주고 사업자금 대주고 이제 끝났나 싶자 근근이 남긴 노후자금까지 자식이 말아 먹는다. 주위에서 흔히 듣는 얘기다. 자식들의 불행이 안타까워, 또는 자식의 청을 들어주고 싶다는 사랑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아무리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부모된 죄 치고는 너무 심한 것 같다. 최근 공무원들이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비율이 95%까지 급증했다고 한다. 목돈으로 받았다 자식들이 거덜 내는 예를 본 탓일 것이다.

노령화사회가 가속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고령자현황에 따르면 10명중 1명은 65세 이상이라고 한다. 20년 후에는 5명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초(超)고령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한편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44.6%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이제 우리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의무와 도리가 서양처럼 성년이 된 다음에는 부모의 도움 없이 자립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원식 농협 인천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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