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보이스의 구멍난 청바지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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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한 단면을 이해하기 쉽게 다음의 일화를 소개하고 싶다. 필자는 무릎부분에 구멍을 낸 청바지를 2만달러를 주고 구입한 적이 있다. 물론 필자의 돈으로 산 건 아니고 전시행사의 일환으로 구입했던 것이다. 10여년 전 꽤 큰 규모의 권위있는 국제미술전시에서 실무를 맡아볼 때 일이었다. 당시 전시된 작품 중 조셉 보이스가 출품한 작품이 청바지였다. “청바지를 사실적으로 잘 그렸나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린 게 아니라 실제 청바지, 즉 미술용어로 오브제 작품이었다.

조셉 보이스는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전위작가이며, 우리가 잘 아는 비디오아트 창시자인 백남준과 플룩서스 그룹에서 매우 가깝게 활동한 작가이다. 당시 미술전시를 후원했던 기업에 답례 선물로 산 게 바로 출품작 중 조셉 보이스의 청바지 작품이었다. 2만달러를 주고 구멍 난 청바지를 사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긴 했지만 선물을 받을 당사자가 고른 것이니 선물을 주는 사람은 그에 따르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구입한 청바지 작품을 가져다 줄 때도 쇼핑백에 덜렁덜렁 들고 갈 수 없어 할 수 없이 크기에 맞는 액자를 맞춰 그 안에 핀으로 고정시켜 건네 주었다.

그러나 현대미술 특성을 안다면 이러한 종류의 작품을 액자에 넣는다는 건 무지한 행위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를 박제로 만들고 거기에서 생동하는 아름다움을 느껴보려 하는 것과 같다. 현대미술에선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아름다움을 찾아 제시하는 것도 미술로 간주된다. 미술이란 저 높은 곳에 있어 근접하기 어렵고, 고상하고 귀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고 즐길 수 있는 것, 또는 신선한 감각,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그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일상적인 사물을 엉뚱한 장소에 위치시켜 색다르고 신비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하는 초현실주의,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이미지들을 그리거나 프린트하거나 그대로 제시하는 팝아트, 또는 신사실주의 등은 바로 미술의 개념을 확장시켜 자유로운 표현을 즐기는 현대미술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조셉 보이스의 오브제 작품 구멍난 청바지가 지금은 액자에서 나와 벽에 핀으로 걸려져 있는 본래의 모습으로 전시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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