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기업의 성장동력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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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자녀를 바라거든 자녀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선행돼야 하듯, 기업이 성장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99.5%로 IBM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의 182.3%보다 거의 두배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IMF 직전이었던 지난 96년 30대 재벌의 평균 부채비율이 무려 427.7%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부채비율만 놓고 보면 미국같은 선진국들보다 오히려 건실해졌다는 건 그만큼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재무구조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기업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기업의 가치나 성장성이 3~4배 더 높아졌는가? 물론 개별 기업 가치는 예전에 비해 조금 높아졌을지 모르나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기업 투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5년동안 국내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1.1%로 지난 91년부터 5년동안 11.1%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기업 설비투자가 저조해 더 큰 문제라는데 있다. 실질투자가 위축되면 한 나라의 성장기반이 취약해져 이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몇년 뒤 국민들을 먹여살릴 기반이 흔들린다. 투자의 중요성은 경제성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 없이는 어떤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면 왜 기업은 투자를 기피하는가? 우선 기업이 투자하려고 해도 예전처럼 큰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데다 각종 원부자재 상승, 치솟는 땅값, 노조 영향력 증대, 각종 규제 제약 등으로 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과 경제정책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기업가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또한 그렇게 우호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기업하려는 의지가 꺾이고 투자를 망설인다. 하지만 기업 성장동력은 투자에서 찾아야 한다. 기업가 정신이란 바로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험정신이다. 그러니 기업들은 현금을 금고에 쌓아두지 말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적정 수준의 돈을 빌려 투자를 늘려야 한다. 미래에는 무엇을 먹고 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답은 투자밖에 없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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