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된 미술 개념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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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미술하면 멋진 풍경화나 인물화를 연상한다. 그러나 미술의 개념이 전통적으로 단순히 ‘그리는 것’에서 현대에는 ‘감각적 의사소통’이란 의미로 확대됐다. 즉 어떠한 방식으로든 형태를 통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면 모두 미술 범주에 넣고 있다.

미술이란 말이 ‘아름다움을 모방하는 기술’이란 제한적 의미가 아니라 이제는 확대된 미술 개념으로서의 ‘조형’이라는 말로 대치되고 있다. 미술가가 창작을 하는 곳을 예전에는 ‘화실’이라고 했는데 요즈음에는 ‘작업실’이란 말이 보편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형이란 말은 글자 그대로 형태를 다룬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형태이든, 다시 말하면 자연의 형태이든 인공의 형태이든 관계없이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담아 이를 볼 수 있도록 시각화시키는 작업이 바로 조형이다.

최초의 추상화가로 알려진 칸딘스키는 우연한 기회에 거꾸로 놓인 자신의 그림에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그림에는 꼭 우리가 알고 있는 형태, 즉 산·나무·집·사람 형태가 없어도 감동적인 그림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조형의 범주에 들어가는 건 매우 폭이 넓다. 실례로 구상회화, 비구상회화, 마르셀 뒤샹처럼 기성 상업제품의 작품화, 팝아트에서의 많은 오브제 작품들, 크리스토 같은 작가처럼 포장된 건물 자체가 작품인 경우, 세계적인 조각가 세자르처럼 폐차장에서 압축된 자동차 더미를 작품으로 내놓는 경우,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등이다.

어떤 방법이든, 어떤 형식이든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상과 감정 등을 매개하는 게 바로 미술, 즉 다시 말하면 조형이다. 즉, 물감이나 석고로 표현된 형태이든, 이미 만들어진 물건에서 발견되는 형태이든, 행위에서 연상되는 형태이든 구태여 그 의미를 좁게 한정짓지 않는 경향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확대된 미술 개념으로 현대미술을 본다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감상할 것이다. 국내의 광주 비엔날레나 해외의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현대미술 작품들을 감상할 때 이러한 생각을 갖고 본다면 현대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당혹감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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