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과 합리적 기대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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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기가 하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위적인 부양책은 없다던 정부의 이런 표현을 보면 그만큼 경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경기부양이란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 총지출을 증가시켜 국민총생산을 끌어 올리자는 것인데 정책수단으로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등을 들 수 있다.

재정정책에는 정부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인하하는 방법이 있다. 앞으로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할 재량적 재정정책으로는 세금인하보다 정부지출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정부지출 확대란 예산을 늘리는 동시에 이를 조기 집행,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재정적자가 우려된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조치로는 최근 발표된 건설경기 부양책을 들 수 있다.

다음 통화정책 수단으로는 통화공급량을 늘리고 금리를 인하하는 방법이 있는데 경기부양을 위해 앞으로 한국은행이 어떤 조치를 취한다면 통화공급을 늘리기 보다는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통화공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대신 금리를 내리면 대출이 늘어 투자가 늘고 국민소득 증가를 가져온다. 그러나 부동산 억제를 위해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대로 경기부양책을 실시한다고 해도 효과가 예상대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 기대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루카스가 주장한 이 이론은 사람들은 모든 정보를 합리적으로 활용,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문에 이 이론에 따르면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에 의한 재량적 재정 및 통화정책은 무력화되거나 별다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최근 정부의 잇단 부동산 정책에도 집값이 계속 뛰는 까닭도 이 이론과 무관하지 않다. 합리적으로 잘못 판단, 손실을 본 후 스스로 교정해 본 경험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시행하려는 정책에 대해 과거경험이나 현재 정보를 활용, 정책의 방향과 낌새를 알고 합리적으로 대응하려 할 것이다. 이 경우 경기부양책은 무력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어떤 제도시행 이전에 과거에 불신할만한 행적이나 현재의 불투명한 제도는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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