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희망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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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평생교육개론’ 과목을 강의하는 야간 강의실에서 정년을 앞둔 교장·교감 선생님과 교직에 몸담은 젊은 교사, 그리고 평생교육 시설에 종사하는 중·장년 학생들을 만난다. 어느 교장 선생님은 나이들어 다시 공부하게 된 것을 “젊었을 때와는 다른 새로움, 배우고 아는만큼 텅 빈 가슴이 채워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늦은 시간에는 항상 부자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는 시점에서 무의미하고 역할을 상실한다는 노년기 위기 앞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배움의 시간을 서로 갖게 된다.

교육은 청년기까지의 일정한 시기에만 이뤄지는 게 아니고 전일제 교육의 틀을 갖춘 학교라는 일정한 장소에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학습의 공간이고 시간이다. 평생교육 강의실에는 교수와 학생 등만 있는 게 아니라 멘토와 멘티가 존재할뿐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딧세이 왕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그의 아들 텔레마쿠스를 친구 멘토에게 맡겼다. 10여년이 지나 전쟁에서 돌아왔을 때 텔레마쿠스는 훌륭한 통치자로 성장해 있었다. 여기서 유래한 멘토(Mentor)란 용어는 때로는 부모나 상담자, 교사 등의 역할을 맡는 지도자를 말한다.

최근 한 언론사 조사에 따르면 은퇴와 더불어 시간과 건강의 여유는 갈수록 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응답들이 많았다. 이제 노년은 병들고 쇠약하고 무식하고 가난하고 지저분하다는 통념은 집단의 상대적인 비교에서 나타난 편견들에 불과하다. 고령화의 희망적인 메시지는 많다. 40대는 90세까지의 노후를 설계해야 한다는 단편적인 주장 등을 보더라도 장수의 인간 욕망이 가시화되고 있고 경제적 여건과는 상관없이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는 배움의 욕구가 증가하며 길어진 노년기를 통해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정년은 사회적 압력이 아니라 자연스런 인생의 휴식 단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령을 초월,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며 활동적인 생활을 지속하는 시기이다. 어쨌든 인생은 60부터라고 하지 않는가. 노년과 관련, 일본은 일과 함께 하는 평생현역사회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 신세대, 프랑스는 제3의 인생 등이라며 노년기에 대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김형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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