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특성과 본질을 정의하는 말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호모사피엔스(이성적 인간), 호모루덴스(유희하는 인간), 호모파베르(제작적 인간), 호모에티쿠스(윤리적 인간), 근래 이문열의 소설 제목 ‘호모엑세쿠탄스(처형하는 인간)’ 등 매우 많다.
필자는 이들 중 호모파베르(제작적 인간)에 주목하고자 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동물들 중 지능이 낮은 조류, 예를 들어 닭은 출입문이 바로 옆에 열려 있는데도 앞에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철망으로 돌진해 부딪친다. 반면 지능이 높은 침팬지류는 돌을 던져 나무의 열매를 떨어뜨리거나 나무막대기로 자기 키보다 높은 곳 선반 위의 바나나를 꺼내 먹는다. 어찌 보면 인간의 능력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동물은 지능이 높더라도 자신 주변의 물건을 이용할 수 있을뿐 새로 제작하진 못한다. 예를 들어 나무가 짧으면 끈으로 2개를 이어 길게 만든다든지 돌을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는 발사도구를 만들진 못한다. 동물은 자신 주변에 있는 기존의 물건을 이용하거나 활용할 순 있지만 인간처럼 새로운 도구를 제작하진 못하는만큼 제작능력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신의 축복이다.
이같은 제작능력은 인간의 손과 뇌 등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하면서 여유로워진 손을 사용해 도구를 만들었다.
멈포드(L. Mumford)는 “인류가 제작활동을 위해 손을 쓰면서 대뇌를 자극하고 결국 이러한 자극이 뇌의 진화를 도와 눈부신 문명의 발달을 이뤘다”고 말한다. 그러나 거꾸로 현대에 와서는 편리한 기계문명 사회에서 인간이 손을 사용할 기회가 감소됐고 이것이 대뇌의 발달을 점차 저하시켜 인류 존망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한다.
기계화된 현대 생활에 있어 제작활동, 특히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자유로이 만들어 볼 수 있는 조형적 창작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손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게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 그래서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할 때 호모파베르라는 개념이 관심을 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현대 기계문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예술에 그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박동수 의왕미술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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