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쟌’·‘헬렌’·‘시몬느’ 할머니

김 형 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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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30~40년 후면 저렇게 노인이 된다. 우리가 볼 때, 너무 좋아 보인다.” 프랑스 국영 3TV의 30~40대 젊은 스태프들이 노인들의 활동을 취재하고 느낀 소감이다.

몇년 전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에 위치한 루이즈 르 루 양로원(거리 이름을 따 생텍쥐페리양로원으로도 부름)은 노인들의 패션쇼와 양로원의 24시를 소개했다. 이 내용은 ‘내 얼굴의 주름과 함께’란 제목으로 프랑스 전역에 방영돼 프랑스 노인들의 건강과 죽음, 인생 회고, 학습활동 등 노년기 일상과 삶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지역 의상실 협찬으로 구성된 양로원 패션쇼는 의상실의 홍보 효과와 더불어 노인들이 소외감으로부터 탈출해 지역사회의 한 가족임을 확인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필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직접 해설을 담당한 쟌(81), 인터뷰를 준비한 헬렌(79), 양로원 시설을 소개한 시몬느(92) 할머니 등과 70대 구엥 원장 등으로부터 일보다는 여가에 충실하는 프랑스 노인들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양로원 로비에 둘러앉아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샹송을 듣고 잔잔한 미소를 머금는 노인들의 모습에서 노인교육 프로그램은 교과서 속에 정형화된 게 아니라 노인들의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인상을 깊게 받았다.

75세부터 최고령 102세까지 12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생텍쥐페리양로원은 도심의 평범한 아파트와 같은 구조로 식사와 주거시설, 의료검진 등을 무료로 제공할뿐 생활 전반은 일반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각자의 방에는 평생을 자신과 함께 한 가재도구들이 있고 식구들과의 만남과 외출도 자유롭다.

“98세 노인이 패션쇼를 한다니 놀랍지 않으세요?” “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우리가 만드는 신문은 어때?” “은퇴하면서 호신술을 시작했어!” “요새 통계를 보면 우리 모두 100세까지 산다고 하지?” “양로원 남녀 비율이 10대1이야.” “1901년 5월1일생이야. 두 번째 세기를 지내면서 역시 비행기가 가장 인상에 남아!” 고령화의 세계적 추세 속에서 노인세대들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전쟁의 고통 등 인생의 회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인들만이 간직한 지혜의 산물이다.

/김 형 수 (사)한국삶의질연구원 이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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