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 초기의 미술활동은 미적인 가치보다 실용성을 중요시, 주로 제작의 기술적 측면에 가치를 뒀다. ‘Art’란 말의 어원이 기술이란 수공업적 능력을 뜻했던 건 바로 고대의 미술이 기술적 측면에 그 중요성을 두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미술과 기술이 아직 분화되지 않았던 상태가 근대에 이르러 예술의 자율성이 확립되고 산업이 분화되면서 순수미술은 응용미술로부터 분리됐다. 실용적인 생산품은 기계 몫이 됐고 예술가는 미적 감각의 순수성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다시 미술과 기술이 통합되고 각 미술 장르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실례로 회화와 조각의 구분이 힘든 오브제 미술, 레디메이드, 설치미술, 그리고 연극적 요소를 지닌 행위미술, 용기의 기능과 미적 요소가 조화된 도자예술, 또는 현대 과학기술을 이용한 컴퓨터 전자미술 등은 이제 그 장르의 구분이 어렵게 됐다. 탈장르화로 순수미술이니 응용미술이니 또는 회화나 조각 심지어는 연극까지도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질 정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 것이다. 우리가 눈만 뜨면 쏟아져 나오는 상품들이나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물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바로 생활 속에서 미술과 기술을 통합하는 것으로 현대에는 그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자동차나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구매자는 성능보다는 멋있어 보이는 미적 요소를 더 고려하는 경향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늘날 산업계에서 단순한 기계적 생산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아름답고 인간의 몸과 마음에 쾌적하도록 생산될 물건에 미적 가치를 부여하는 일은 바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됐다.
우리 민족은 생활 속에서 미를 실현하는 기능이 매우 탁월했다. 우리의 전통 예술품들에서 우리는 생활 속에 스며든 아름다움과 멋과 솜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전통 예술품들에는 옛 조상들의 섬세한 솜씨와 뛰어난 창의성 그리고 감각있는 눈썰미와 인간적 따사로움이 담겨 있어 오늘날 까지도 그 소질과 기량의 맥이 흐르고 있다. 갈수록 높아가는 국제산업사회에서의 경쟁이란 측면에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미술과 기술의 통합은 국가경제와 문화수준을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우리는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 민족의 뛰어난 미적 감각과 창의성을 오늘날 더욱 발휘해야 할 것이다.
/박 동 수 의왕미술협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