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를 확 바꿔 봅시다

이 병 석 경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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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입제도는 교육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무리 초·중등학교들이 나름대로의 교육목표를 갖고 있지만, 이는 형식적일 뿐이다. 실제적으로는 모든 교육의 목표가 오로지 대입제도에 향해져 있다. 이처럼 대입제도가 국민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욱 많이 연구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입학생들을 어떻게 더 잘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는 소홀히 하면서 조금이라도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고심한다.

도대체 대학들은 어떤 학생을 우수한 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대학은 사회를 발전시킬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사회의 리더가 될 잠재력이 있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으로 판단된다. 대학들은 이런 학생들을 선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회 리더가 될 잠재력’ 측정은 너무 어렵다. 대학 교육과정 목표는 ‘사회에서 사용할 실력’이다. 대학 성적이 좋으면 사회에서 유능한 인재가 될 것이란 가정 하에 대학성적과 내신이나 수능 또는 논술 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다.

이 세 가지 방법 중 대학성적과 상관관계가 높은 방법의 비중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문제는 내신, 수능, 논술 등 세 가지 방법이 다 지적인 능력만을 측정한다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세계적인 석학인 릭코나는 “인간을 도덕이 아닌 머리로만 교육하는 건 사회에 대해 하나의 위험 인물을 교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인성이 부족하고 지적 능력만 있는 사람들이 사회의 지도자가 되면 사회는 위험해 진다는 경고이다. 진정으로 앞을 내다보는 대학이라면 입시성적과 대학성적의 상관관계를 연구할 게 아니라, 입시성적과 사회 기여도와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사회의 리더가 될 인물들은 암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훌륭한 인성의 소지자들이다. 따라서 대학 지원자들이 사회 리더가 될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인성적인 측면을 반영해야 한다.

미국 대학들의 입학사정관들은 ‘시험훈련’을 잘 하면 SAT에서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SAT 성적은 필수 조건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창의성, 리더십, 봉사정신 등의 인성적인 요소들이다. 대입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 기존의 지적인 측면만을 평가하는 대입제도에서 인성적인 측면까지 평가하는 대입제도로 말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봉사정신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이런 입시제도만이 우리의 초·중등교육 전반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이 병 석 경민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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