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의 큰 이야기 2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 운영위원장
기자페이지

그야말로 21세기는 ‘문화관광의 세기’이다. 며칠 전 보도에 한류스타 1명이 100억원의 세금도 냈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워졌다. 그만큼의 납세실적이라면 기업이라고 해도 잘 되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사람들은 ‘막사발’하면 아무렇게나 쓰다버리는 막그릇으로 안다. 그런데 그 막그릇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도공이 있다. 그가 10여년 전부터 중국,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을 순회하며 그 막사발을 세계 속에 알렸다. 청자와 백자는 예술품으로 우대받지만 막사발은 전시장에 나가도 그야말로 밥그릇이나 국그릇 등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람들이 알아주건 말건 자신의 예술혼을 그 막사발에 불어넣었다. 오산 태생인 도공 김용문은 홍익대와 대학원에서 공예를 전공했다. 그 당시에는 신라토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지난 89년부터 토우전, 수장제, 옹기전, 막사발전 등 개인전과 단체전을 한해도 거르지 않았다. 예술의 길은 천형의 길이라 했다.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길도 포기했다. 스스로 고행의 길을 선택하게 된 건 막사발 때문이었다. 옛날에 서민들이 즐겨 쓰던 막사발이 일본에선 국보였던 것이다.

그는 타고난 흙의 사람이다. 그 흔한 공모전에는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았다. 지금도 작품을 팔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다행히 진가를 아는 이가 있으면 그 돈으로 또 흙을 사서 전시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현재까지 개인전만도 30여회에 육박한다. 특히 지난 10년동안 진행된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는 그의 독창적인 브랜드이며 그야말로 귀중한 그의 분신이다. 처음 축제를 시작한 오산은 물론 광주, 괴산, 경주 그리고 해외에서 그의 물레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세계적인 도예도시 중국의 치박(淄博)시 초청으로 막사발축제가 시작된다.

그리고 5월 중순에는 오산으로 세계 곳곳 작가들이 올 것이다. 이번에는 오산시의 지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시장과 관계자들을 만나 면담까지 했다니 천만다행이다. 그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는 성격이 아니다. 첨단시대 21세기인 오늘도 조선시대 도공처럼 상투를 튼 헤어스타일로 온 세계를 누비는 고집불통이다. 그의 고향, 오산 땅에서 막사발은 빛나야 한다. 객지로 떠돌던 30년 떠돌이 인생도 이젠 끝장내야 한다. 그도 한류스타들처럼 당당하게 세금 좀 내며 오산 땅에서 살게 하자.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 운영위원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