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흑이론(厚黑理論)은 친닝 추라는 여성 성공학 이론가가 쓴 ‘후안흑심(厚顔黑心)’이란 책을 바탕으로 널리 알려진 처세술이다. 일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강력한 지도력을 뒷받침하는 헌신과 열정, 집중력과 도덕성, 그리고 겸손과 용기 등과 같은 여러가지 덕목들이 필요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건 단지 상황이 요구하는 어떠한 방식도 받아들이는 두껍고 냉혹한 얼굴과 검은 마음으로 자신을 무장하고 조직을 장악해 스스로 살아남고 성공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라는 것이다. 후안(厚顔)은 성공을 위해선 남의 비난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 두꺼운 방패와 같은 마음이고 흑심(黑心)은 자신의 결정이 남들에게 어떤 결과를 미칠 것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냉혹하게 목적을 향해 창을 휘두르는 능력이다. 그렇기에 후안흑심 소유자는 근시안적 동정심은 사정없이 짓밟으며 자신의 목표에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부수적인 희생은 과감히 무시한다. 정당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보다 큰 목표를 위해 작은 것을 기꺼이 희생하는 살인본능에 가까운 비정한 모습을 보인다. 지금의 교육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자기 주장과 권리 등이 우선시되고 있다. 반면 희생과 봉사, 협력과 양보와 같은 가치들은 가볍게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필자는 그래도 특수교육현장만큼은 따뜻함과 정의적인 요소가 살아 움직이는, 아니 살아 움직여야 하는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은 장애학생의 교육문제나 복지정책을 놓고 현장의 교육자들과 학부모, 그리고 관련 단체나 구성원 등은 서로 자기 주장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갈등한다. 교육본질을 외면한 지나치게 투쟁적인 시위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은 목적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주지 못한다. 이럴 때 필자는 슬그머니 후흑이론을 떠올린다. 서로가 감싸고 연대해도 부족할 터인데, 긴 호흡으로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고 실천적인 방법론상의 차이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주장을 관철하려고 하니 안타까울뿐이다. 이럴 때 혹시 누군가 강력하게 두꺼운 얼굴과 검은 뱃심으로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모두를 아우를 시도를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우리만큼은 서로 솔직하고 따뜻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 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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