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반, 당시에는 중공(中共)이라 부르던 중국과의 교류가 확대되면서 사업가들은 이런 말을 주고 받았다. “8억 인구의 중국이 열리면 중국인들 한 사람당 100원 짜리 껌 한 통 씩만 팔아도 800억이야, 800억!” 욱일승천의 기세로 성장하던 그 때에는 정말 중국이 만만해 보였다. 그런데 물 반, 고기 반 같던 그 ‘후진(後進) 중국’은 오늘날 어떤 존재가 되었는가. 중국은 이제 생필품, 의류, 섬유 산업은 물론 냉장고, 세탁기 등 이른바 백색가전까지 사실상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며 우리나라의 동종 업계들을 초토화시켰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마저 우리 턱 밑까지 쫓아왔다. 이쑤시개부터 평면 TV까지 중국 상품들은 소설 ‘대지’에서 왕룽의 농장을 습격하는 메뚜기 떼처럼 우리 시장을 새까맣게 덮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에서는 더 무서운 ‘중국 발 공포’가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저질 중국산이 판치고 있는 농산물 분야다. 이미 십 수년 전부터 중국산 농산물은 우리 식탁을 잠식해 왔다. 국내농가의 피해도 피해지만 진짜 문제는 이들 식품이 품질과 안정성에 큰 결함을 드러내며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공산품과는 달리 식품은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국은 1인당 중국농산물 소비 1위인 국가다. 납 검출 조기, 기생충 김치, 색소·방부제·표백제가 검출되는 밑반찬 류 등 문제의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가 국산이라고 생각하며 먹는 식품 가운데도 중국산은 얼마든지 있다.
수많은 식당에서 중국산 찐 쌀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산 김치라도 다진 양념은 중국산으로 버무리는 경우가 많아 안심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에도 식품위생법상 금지되어 있는 중국산 파프리카 색소가 들어있다면 오싹하지 않은가. 일본의 경우 철저한 검역과 까다로운 사전 지침으로 저질 수입 농산물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식품수입업자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산 저질 농산물을 수입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높은 의식과 자발적 감시는 저질 농산물이 그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중국산 농산물의 공세는 공산품 못지않게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정부는 인구의 8할이 넘는 농민들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면서 농산물 수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결국은 소비자의 의식에 달려 있다. 우리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야말로 우리 농가를 짓누르고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그 무서운 메뚜기 떼를 몰아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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