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지쳤다. 물은 신음한다. 식량 증산이 절대선인 것처럼 여겨지던 지난 시절, 논과 밭 등에 마구 뿌려 대던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이 땅은 많이 아파한다. 축산농가들이 늘어나며 발생한 엄청난 양의 축분(畜糞)은 토양·하천·해양오염의 적지 않은 원인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제 땅의 기력을 회복하게 해 주고 맑은 물도 되살려야 한다.
지난 14일 경기도지방공무원교육원 다산홀에서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회(위원장 김광선)가 주최, ‘한미 FTA 등 농산물 수입개방 대비 경기농업의 전략과 특성화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8명의 패널 중 한사람으로 참석한 필자는 이 자리에서 지력(地力)회복과 환경보존, 무공해 농산물 생산 등을 위해 자연순환농업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순환농업은 한마디로 농업부산물과 축산분뇨 등을 거름으로 재활용, 천연의 농산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인분이나 축분을 밭에 뿌리던 게 그리 멀지않은 과거이야기다. 이 고전적(?) 순환농법은 그러나 기생충 알과 비위생, 악취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같은 문제를 잡고 화학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무공해 비료를 얻을 수 있다면, 게다가 그 재료가 토양과 하천, 바다를 오염시키는 처치가 곤란한 소나 돼지, 닭 등의 배설물들로 만들어 지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일석다조(一石多鳥)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각종 배설물과 부산물 등으로 무공해·양질의 비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많은 연구와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패널로 참석한 경기도 농정국 관계자는 “경기도는 올해 자연순환농업 육성을 위해 악취저감용 미생물 제제 공급확대와 연구 및 생산시설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친환경 유기질 비료지원 확대를 위해 12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보다도 필자가 고무된 건 이 농법에 대한 깊은 관심, 이해 촉구,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등을 청중들에게 호소하는 관계자의 모습이었다. 자연순환농업은 건강한 땅, 맑은 물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다.
자연순환농업은 무공해·고품질 농산물 생산은 물론 자연과 환경의 보존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건강한 삶과 쾌적한 생활환경이란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다. 이 사업의 성공과 확대를 위해선 농업관계자들은 물론 모든 도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원순환 농업의 선도(先導)로 우뚝 서는 경기도를 기대한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