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영화를 짜릿하게 만든다. 예상치 못한 반전을 담은 영화 두 편 ‘일루셔니스트’와 ‘스모킹 에이스’가 다음달 8일 나란히 개봉된다.
두 영화가 준비한 반전은 강력하다. 영화 막바지까지 관객은 엉뚱한 스토리를 따라간다. 플롯이 탄탄한데다 ‘일루셔니스트’는 환상적인 마술과 추리, ‘스모킹 에이스’는 고강도 액션과 속도감을 제공해 관객은 그 이면을 생각할 겨를없이 감독 의도대로 이야기 진행을 받아들인다. 영화 끝부분에 사건 전개의 중심 인물이 ‘제대로 속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범죄를 재구성’할 때 관객도 그의 배신감을 공유한다. 짜릿하고 유쾌한 배신감이다.
‘일루셔니스’…환상 마술만으로도 눈이 즐거워
먼저 ‘일루셔니스트’. 19세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전세계를 돌며 수련한 마술사 아이젠하임(에드워드 노튼 분)이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사람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환상 마술(illusion)이 유명세를 타자 황태자(루퍼스 스웰 분)와 약혼녀 소피 공녀(제시카 비엘 분)도 무대를 찾는다. 아이젠하임은 소피가 어릴 적 첫사랑이었음을 알아보고, 신분 차이로 이루지 못했던 사랑의 완성을 꿈꾼다.
아이젠하임은 인기를 넘어 대중의 추종을 받는다. 대중의 지지와 약혼녀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한 황태자는 아이젠하임을 제거하려 한다. 마술 애호가이자 황태자의 오른팔인 울 경감(폴 지아매티 분)은 아이젠하임을 대중 현혹 사기죄로 잡아넣기 위해 수사에 매달리다 예기치 못한 살인에 직면한다.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고드는 울 경감, 죽은 이의 영혼을 무대 위로 불러내 최고의 환상 마술을 펼치는 아이젠하임, 위기 속에서 반역을 꿈꾸는 황태자. 세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과 궤를 함께 하며 영화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영화 ‘일루셔니스트’는 여러가지 미덕을 지녔다. 마술쇼를 보러 간 듯한 착각에 빠질 만큼 속속 이어지는 신선한 환상 마술이 눈을 즐겁게 한다. 실제 마술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이니 카메라 속임수라 생각하기 쉽지만, 에드워드 노튼이 연습을 통해 직접 실연했다고 한다. 촬영감독 딕 포프가 선사하는 세피아 톤 영상과 19세기라는 시간적 배경에서 오는 고전적 화면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에드워드 노튼의 노련하고 치밀한 연기는 관객 모두를 속이기에 충분하다. 지난해말 개봉한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케이트 웬슬렛에게 실연의 상처를 안겨준 바람둥이 루퍼스 스웰의 묵직한 연기, 관객의 눈이 되어 홀린 듯 사건을 파헤쳐가는 폴 지아매티의 호연도 볼 만하다.
‘스모킹 에이스’…핏빛 경쟁,머리로 즐겨라
이번엔 ‘스모킹 에이스’. 영화는 내내 화면에 피를 튀긴다. 투입된 물량은 블록버스터지만 머리를 굴려야 제대로 재미을 즐길 수 있는 지능적 액션이다.
영화는 라스베가스 마피아 양대 조직의 계보를 설명한다. 등장인물의 수와 상호관계는 끝없이 나뭇가지를 뻗어낸 조직의 계보 만큼이나 복잡하다. 눈에 익은 유명배우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꿰맞추려 했다간 낭패다. 벤 애플렉, 알리샤 키스, 레이 리요타도 결코 이야기의 중심이 아니다.
스파라짜와 이스라엘은 라스베가스 양대 조직의 보스다. 스파라짜는 검찰 쪽에 붙어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한 이스라엘의 심장을 원한다. 현상금은 1백만달러. 내로라하는 킬러들이 이스라엘 심장을 먼저 차지하려 핏빛 쟁탈전을 벌인다. 마피아 소탕을 위해, 50년간 군림해온 스파라짜를 잡아넣기 위해 이스라엘의 증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FBI는 킬러들에 앞서 이스라엘을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는 FBI, 킬러, 마피아들의 목숨 건 경쟁 뒤에 뜨거운 반전을 포진시켰다. 스파라짜의 정체, 스파라짜와 이스라엘 사이의 비밀, FBI의 음모, 특정 단어에 대한 오해가 뒤엉키면서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이 커졌음을 뒤늦게야 알게 된다.
영화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진 살인기계들이 이스라엘의 심장을 얻기 위해 준비한 다양한 방식을 볼거리로 제공하고, 이해관계로 얽힌 ‘관계자’들의 앞서거니 뒷서기니 이어지는 경쟁으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스라엘 역을 맡은 제레미 피븐, 모든 비밀을 꿰고 있는 FBI 차장 역의 앤디 가르시아, 보여진 현상 뒤에 숨겨진 진실이 있음을 알고 분노하는 FBI 수사관 메스너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사진 제공=‘일루셔니스트’ 롯데쇼핑㈜롯데엔터테인먼트, ‘스모킹 에이스’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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