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의 힘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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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시쳇말로 ‘대박’이란다. 저녁 한때 배꼽 빠져라 웃었는데 비단 필자만이 아닌가 보다. 10대에서 60대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마니아층이 꽤나 두터운 모양이다.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은 뻔한 스토리다. 치고받는 일상사를 담았을뿐인데 왜 뜨는 걸까. 답은 발상의 전환이다. 평일 황금시간대에 시트콤을 편성한다는 자체가 기존에는 없었던 신선한 발상이다. 쉽고 유쾌한 콘텐츠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마디로 ‘역발상의 힘’이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경기도는 서울에 가려져 관광 활성화가 힘들다고 한다. 서울에 호텔이며 먹거리, 볼거리 등이 다 모여 있는데 누가 번거롭게 외곽으로 나와 관광하겠냐는 말이다. 기껏해야 스쳐가는 관광지에 불과하단다. 하지만 여기에도 역발상이 필요하다. 대도시나 수도권 배후지역이 관광의 노른자위로 각광받고 있는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뉴욕 근교 뉴저지나 워싱턴 인근 포토멕 강변이 그렇고, 바르세이유궁전으로 유명한 파리 외곽 ‘일드프랑스’도 그렇다. 이곳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울 때문에 안되는 게 아니라, 서울 덕택에 잘된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는 2천만명이 넘는 잠재고객들이 있다. 주5일제가 본격화되면서 저마다 주말여행이며 체험학습을 떠난다. 대부분이 당일 혹은 1박2일이다. 길 위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교통체증에 시달려서야 곤란하다. 결국에는 서울 근교, 경기도 일원이 여가 보내기 가장 좋은 곳으로 손꼽히기 마련이다. 답답한 도심을 떠나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할만한 곳, 경기도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체험학교’이다. 다양한 관광자원은 물론 생태체험, 농촌체험, 이색체험, 녹색체험 등이 가능하다. 게다가 경기도에서 중·저가 호텔이나 펜션 등을 중심으로 숙박시설들을 확충해 관광객들에게 목가적이고 쾌적하면서도 저렴한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다.

관광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듯 경기도도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온 힘을 쏟을 때다. 스쳐가는 관광 경유지가 아니라 머무르고 다시 찾게 되는 체류형 관광의 주역으로 앞서갈 때다. 이를 위해 그간 미진했던 중·저가 숙박 인프라 조성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도와 시·군, 관광업계와 유관 기관 등이 합심해 감동이 철철 넘치는 경기관광을 만들자.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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