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필자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과 학교를 후원하시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 교육환경 개선사업을 했다. 가장 역점을 둔 것은 학교 급식실 리모델링과 교실바닥 공사였는데, 급식실의 식탁들을 모두 가정용 식탁으로 교체하고 초등부 일부 교실 바닥을 나무재질 타일로 바꿨다. 식탁을 바꾸면서 식탁 위에 유리까지 깔았는데 우리 장애학생들의 특성상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은 자기들을 위해 깨끗하게 갖춰진 식당환경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전보다 더 조용한 태도와 의젓한 자세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어느 선생님이 웃으면서 들려 준 이야기가 있다. 한 학생이 새로 꾸민 교실에 들어가려다 말고 갑자기 실내화를 벗더라는 것이다. 학생의 눈에는 전보다 깨끗하게 단장된 교실 바닥이 집안처럼 보였었나 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신발을 벗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시설들을 새롭게 지어진 민자사업학교(BTL) 수준으로 상향 개선하는 학교시설 평준화사업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오는 2014년까지 모두 3조2천여억원을 들여 지난 2000년 이전에 설치된 노후된 부대시설 1천530곳을 교체하고 필요한 시설들을 신설하기로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우선 올해부터 오는 2009년까지 4천여억원을 투입해 관련 사업들을 추진하는데, 특별히 올해는 400억원을 들여 특수교육진흥법에 의거한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학생용 책걸상을 교체한다. 이러한 고무적인 사업이 잘 추진되면 장애인 복지는 구체적으로 구현돼 특수교육 서비스의 질은 향상되고 장애학생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교육환경은 갖춰지리라고 기대한다.
바람이 있다면 귀한 시민들의 세금을 바탕으로 한 사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잘 추진돼 전시행정이 아닌, 장애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최적의(Optimal and Amenity) 교육환경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머지않아 우리 아이들은 품격높은 학교 식당에서 식사한 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교실에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키 높이에 맞는 편안한 책걸상에 앉아 열심히 학업에 열중할 것이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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