韜光養晦<도광양회> 드디어 때는 왔는가?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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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도자 등소평이 생전에 자국민들에게 당부한 말 가운데 ‘도광양회(韜光養晦)’란 용어가 있다.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힘을 길러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둠 속에서 남모르게 실력을 기르면서 조용히 웅지를 펼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사회주의체제가 붕괴해 가는 주변국가들을 보면서 중국이 나아갈 노선을 적절하게 제시한 말이라고 본다.

사람의 생은 유한하다. 짧은 인생동안 인간은 보다 나은 명예와 부귀, 그리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한다. 어떻게 보면 도광양회는 중국인 특유의 깊이와 긴 호흡으로 목표를 위해 음험하게 뜻을 펴가는 당당하지 못한 면도 보인다. 그러나 조급하게 모든 것을 판단하고 흥분하기 쉬운 사람의 입장에서는 깊이 새길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조급하고 감정변화가 심한 점을 단점으로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의 생활신조도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사물을 빨리 판단하고, 그 대신 움직임과 행동은 소가 걷듯이 우직하자는, ‘응안우보(鷹眼牛步)’와 자자손손 모두가 한 소쿠리씩 대를 이어 흙을 옮기면 언젠가는 태산도 없어질 것이라는, ‘우공이산(愚公移山)’등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천천히 묵직하게 생활하자고 다짐해왔다. 그러나 잘 안된다. 쉽게 흥분하고 가볍게 판단하고 감정을 쉽게 드러낸다.

도광양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절치부심의 노력과 각고가 필요하다.

깎고 깎아서 더 이상은 찾을 수 없는 뼈 조각을 한탄할 정도로 노력하고 힘을 길러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노력과 웅지가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힘있는 적에게 노출되어서는 안된다. 중국은 지금 도광양회의 자세로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의 발톱을 실리적인 외교활동으로 잘 피하면서 신흥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용주의 경제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자세는 본받을만한 자세라고 본다. 가끔은 도광양회를 생각하고 자신의 칼날을 세워간다면 지금의 생활이 보다 의미있는 시간들로 다가올 것이다. 야심과 희망에 주인은 없는 법이다.

피땀어린 노력과 수많은 굴욕을 인내한 다음 이제는 되었다고 생각하고 슬그머니 자신의 칼집을 툭툭 건드려 보는 것은, 아니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어쩌면 진정한 도광양회의 자세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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