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테마로 슬로푸드 마을 조성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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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짝퉁이라는 유명 브랜드 모조품을 만들어 파는 나라들이 많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유명 브랜드는 물론, 중·저가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복제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없단다. 샘플 하나만 가져다주면 그대로 만들어낸다니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짝퉁은 짝퉁이다. 무엇이 짝퉁이고 무엇이 진품이냐 묻는다면 필자는 서슴지 않고 ‘고유성’을 말할 것이다. 외형은 복제해내더라도 고유의 정신을 담고 있는 그 속내까지 복제해내지 못하니 그것이 짝퉁과 진품, 아니 나아가 명품의 차이다. 아무도 따라하지 못하는 고유성이 제자리에 머무르는 ‘정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평양의 소문난 냉면집 옥류관에선 매 해마다 냉면콘테스트를 개최한다. 한 냉면 할머니의 전수비법이 이어져 내려와 이미 최고의 맛으로 인정받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더 나은 냉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아마 옥류관 냉면 맛의 비결은 고유성을 지키면서도 더 나아지려는 끊임없는 노력일 것이다.

봄꽃구경 인파에 치이느니 한적한 산책이나 해볼까 여주로 나들이를 나선 길에 공기, 흙, 물이 좋아 도자의 산실이 된 이천, 광주, 여주 등지에 어린 우리 조상의 혼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짝퉁과 진품, 명품에 대한 데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우리 어머니들은 짝퉁과 진품, 명품 등에 대한 인식은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집집마다 음식의 맛이 달랐지만 그 나름의 맛이 있었고, 그 맛은 정성에서 우러난 최고의 것이었다.

명성황후 생가에서 발걸음을 멈췄는데, 공기 좋고, 물 좋고, 강 따라 흐르는 바람이 좋은 지형의 영향인지 8명의 왕비를 배출했다는 여주의 ‘맛’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명성황후는 무슨 음식을 어떻게 먹고 자랐을까. 그 음식의 흔적은 옛 문헌에 기대어 찾아볼 수 있을 뿐 맛볼 수는 없지만 분명 일상적이면서도 범상치 않은 음식이었을 것이다. 명성황후가 먹던 음식의 맛과 정성을 되살려 이어가기 위해 명성황후테마파크를 만들어 슬로푸드마을로 육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경기도에 슬로푸드마을 10여곳이 있지만 역사와 우리 고유의 음식을 묶어놓은 곳은 없다.

명성황후를 테마로 하여 일상의 음식에서 궁중음식에까지 우리의 맛과 역사를 아우르는 슬로푸드마을이 조성돼 교육과 전통계승의 장으로 활용되면 좋겠다.

/임병수 경기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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