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빈 토플러의 ‘未來의 富’는 원제가 ‘Revolutionary Wealth’로 ‘革命的 富’라고 번역해야 옳다. 그럼에도 제목을 ‘부의 미래’라는 묘한 단어로 바꿔 부르는 건 혁명이라는 용어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인 배경과 대중의 정서적인 반감을 고려한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이 미래학자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등에 이어 도래하는 이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아, 부를 잡으려면 지식 혁명적 사고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반복되는 키워드가 하나 있는데, 생산을 뜻하는 Produce와 소비를 뜻하는 Consume의 합성어인 프로슈머(Prosumer)라는 단어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격히 구분된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개념이 무너지고 지식혁명시대에선 개인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맞춤형 제품이 나오는데, 이 맞춤도 소비자 본인이 스스로 생산자가 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옷만 맞춤형을 입는 시대가 아닌, 자동차나 집, 심지어는 환자에 따라 맞춤형 의약품이 나오고 농산물마저도 개인 입맛에 맞춘 작물이 생산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몇몇 진보적인 교회는 교인들이 스스로 예배의 형식과 주제를 설정하고 교회는 이것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운영하고 있는데, 종교적인 영역에서 볼 수 있는 프로슈머의 좋은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앞으로 장애학생을 지도하는 특수교육기관도 맞춤형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는 프로슈머들의 특화된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해오던 개별화교육에서 진일보해 특수교육 수요자가 교육생산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때가 올 것이다. 학생의 장애정도에 따른 요구와 필요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가 개개인에 적합한 특수교육을 설계하고 참여하며 그 결과를 교육자와 상호평가하는 시대적 요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특수교육기관은 수고하고 헌신한다는 칭찬에 안주한 면도 없지 않다. 교육 효율을 추구하는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머잖아 많은 특수교육대상자들은 우수하고 저렴한 외국기관을 찾아가 치료교육을 받으려 할 것이며, 사회적 안전망이 잘 보장된 시스템에서 존중받으며 직업교육을 이수할 것이다. 특수교육기관도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질높은 교육을 펼쳐야 한다. 엘빈 토플러는 책의 말미에서 속도가 화두가 되는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중국 및 일본 등과 더불어 우수한 IT기술산업과 넘치는 자원봉사정신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의 세력권을 형성, 차세대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암시를 했다. 믿어볼 일이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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