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위기 극복 ‘냉철 분석’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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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촌지도자화성시연합회 신임회장의 취임식 자리에서 최영근 화성시장은 “한·미 FTA조약 체결 후, 화성시 농업 관련 공무원들이 웬지 불안해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농업분야가 소외되는 분위기니 관련 공무원들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몇명을 불러 “기운 내라. 지금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농업인들 앞에서 공무원들이 먼저 풀 죽어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핏발을 세워가며’ 독려했다고 한다.

최 시장은 이어 “중국 및 EU 등과도 분명히 FTA체제로 갈 것이다. 수출만이 살 길인 나라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그러나, 그렇더라도 농업을 주저앉게 해선 안되고 반드시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시장으로서의 의례적인 립싱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상공인, 기업인, 각종 단체·기관 등에 갈 때마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게 마련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는 덕담에 그치지 않고 “농업피해에 대한 보전과 대책마련은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피해예상 산출에서 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핵심을 꿰뚫었다.

한·미 FTA에서 한국 농업분야 피해가 불가피하리라는 건 양국의 전문가와 협상실무단의 일관된 견해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분석이 너무 낙관적이어서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는 점이다. 농업분야에 대한 피해예상수치는 어찌 된 일인지 갈수록 줄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년동안 연평균 8천700억원의 피해를 예상했지만 올해 발표에선 연평균 6천700억원으로 무려 2천억원 정도나 줄어든 예상치를 내놨다. 한국 농업피해액에 대한 미국측 예상치는 우리나라 기관의 분석보다 훨씬 많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농업계의 반발이 심해질 때마다 피해액은 줄이고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장밋빛 보전방안만 제시해 왔다. 국가시책을 홍보할 때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고 부정적 요소를 줄이려는 ‘최소한의 과장’이 없을 순 없겠지만 농사가 생업인 농업인 수백만명에게 좀 더 성의 있고 설득력 있는 브리핑을 해야 하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허심탄회하게 이해를 구한 후,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는 게 ‘신뢰받는 정책’의 기본이다.

그래야 설득력과 명분도 생기게 되고 강력한 리더십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철 한국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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