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입을 열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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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에서 촉망받는 유명한 젊은 작가 중 한사람이었다. 지난 1963년 그에게 히카리라는 아들이 태어났는데, 그는 두개의 뇌를 가진 뇌탈장자로, 뇌의 일부가 두개골 밖으로 비집고 나온 장애아였다. 수술을 받지 않으면 죽고 수술받아도 자폐증과 정신지체, 간질, 시각장애 등 거의 모든 심각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했다. 히카리의 부모는 주저없이 수술을 결정하고 사회의 온갖 멸시와 비난, 협박과 테러 등에도 굴하지 않고 그를 키워 나간다. 당시 가난과 상실감 등 패전의 후유증이 심하던 일본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거의 ‘혐오’ 수준이어서 가족은 히카리를 내놓고 키운다는 이유로 온갖 협박을 당하고 심지어 유괴되는 일도 있었다.

지능지수 65에 말도 못하고 눈물관조차 없어 울 수도 없는,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 태어난 아들을 위한 가족의 노력은 처절할 정도였다. 가족은 사물에 대한 반응이 거의 없는 히카리에게 일본 토종 새들의 울음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며 필사적인 인지훈련에 들어갔다. 아이가 6살 되던 해, 휴양지의 한 숲에서 히카리는 새 한마리가 우는 소리를 듣고 하늘에서 천둥이 내리치듯 “이것은 흰눈썹뜸부기입니다”라며 또박또박 말문을 열었다. 새소리에 대한 기억도 정확했고 발음도 새소리와 같이 녹음돼 있던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의사들도 포기한 아이에게 6년동안 계속된 가족들의 노력이 그제서야 희미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외부와의 소통을 시작한 히카리는 클래식 음악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는 20세를 넘어 장애를 가진 비범한 창의적인 작곡가(Idiot Savant)로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다. 이제 음악을 통해 세상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장애아를 키우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개인적 체험’이라는 글로 아버지 오에 겐자부로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가정의 달 5월에 장애를 가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래서 재능을 발견하고 가르치고, 그러면서 세상의 편견과 싸우고 힘들어 하는 장애인 가족을 생각한다. 또한 아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이 치료되고 있음을 느낀, 개인과 사회, 그리고 인간 내면의 문제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던 한 아버지를 생각한다. 오늘은 제26회 스승의 날이다. 이 땅의 모든 장애학생을 위해 수고하는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울러 진정한 학생의 스승들인 장애학생 학부모들에게도 깊은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김우 자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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