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 다음으로 귀한 보물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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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동경에서 만약 특별한 茶會가 있었다고 하자. 그러할 경우 茶會에 참가한 대부분의 차인들은 차를 마신 후 찻그릇을 두 손에 조심스럽게 받쳐 들고 일반인이 보기에 표면이 우둘두툴해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찻잔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럴 때 흔히 소리를 낮춰 말하는 감탄사가 “고라이 자왕”이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고려다완, 즉 조선에서 만들어진 찻잔이란 뜻이며 일본차인들이 신(神) 다음으로 떠받드는 대단한 보물이다.

만약 일본 다도전문가가 15세기 조선에서 만들어진 미시마(한국에선 분청) 다완과 13세기 雲鶴무늬가 새겨진 청자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거의 용서를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정말 茶人중의 茶人이라고 인정을 받으려면 어떤 다완이 언제 어떤 茶會에 사용됐으며 거기에는 어떤 인물이 참석해 어떤 차를 마셨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대단한 茶人이란 소리를 들으려면 어떤 찻그릇에 대한 論評이나 詩句節, 또는 어떤 특정한 찻그릇이 특히 주목받았던 茶會에 대한 詩句도 인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로 도쿠카와 이에야스시대의 수많은 다이묘(大名)에겐 쉽게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조선찻잔으로 茶會를 열고 이에 대한 기록을 보존하는 일 밖에 없었다고 할 정도로 조선찻잔은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일본 차인들이 보물처럼 떠받들 수 있는 대부분의 찻잔들은 주로 조선초 여러 도요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찻잔들은 오랫동안 사용해 손때가 묻은 곳은 유약의 빛깔이 짙어져 어두운 빛을 띠게 되는데 이 또한 찻잔의 일품으로 꼽히는 요소로 여겨진다. 이 찻잔의 경우에 한해선 바닥에 물레자국이 남아있거나 주걱이 닿은 흔적이나 유약이 채 닿지 않은 부분이 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본차문화를 보고 존코벨 미국 캘리포니아대 동양학 연구교수는 동양문화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기함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다완 연구가이며 차인인 정동주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는 조선시대 막사발이 200여점 있고 이중 1급 보물 3점, 일본 중요문화재 20여점, 기타 소장자들의 이력이 확실히 기록된 것 70여점 등이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막사발에 대한 미학적 가치를 일본이 찾아줘 고맙다고 해야 할까?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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