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 ‘거버넌스’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와 공공부문 개혁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파생된 새로운 통치개념으로 학자들마다, 분야에 따라 저마다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포괄적으로 민·관 협력을 표방하는 다자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이해할 수 있겠다. 거버넌스를 통해 정부는 이제 정책 결정의 유일한 주체로 서지 않으며 시민과 전문가, 심지어 기업 등까지도 정책 결정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거버넌스는 지역사회의 제반 갈등을 해소하는데도 유효하다.
민선3기 시절, 인천시와 시민사회는 지역의 주요 현안들을 거버넌스를 통해 일련의 성과를 거둔다. 대표적으로 인천항만공사의 조기 설립과 이사회격인 항만위원회에 인천시가 위원 추천권을 획득한다. 그리고 인위적으로 왜곡했던 정부의 전국항만물동량 예측문제를 시민사회와 인천시는 공동으로 대응해 예측결과를 수정하는 결실을 맺는다. 인천 제2연륙교(현 인천대교)의 주 경간 폭이 당초 정부안으로는 선박의 안전한 운항이 어려워 그 폭을 넓히는 시민운동에 인천시도 행보를 같이 했다. 더 나아가 인천과 개성 간 해상수송로를 개설하는 연구도 함께 추진, 물류수송체계의 다각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민선4기에 들어서서, 특히 오는 2014년 아시안 게임을 유치한 이후부터 인천시의 행태는 그간 태도와는 달리, 의견 접근과 정책 결정에서 시민사회를 철저히 배제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묵살하려 한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아시안게임 유치 이후 인천시는 용도 변경 및 특혜시비 논란이 있는 송도유원지 내 대우자동차판매㈜ 부지에 무비테마파크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다. 동일한 논란을 빚고 있는 동양제철화학 부지 등이 포함된 용현·학익지구 개발사업을 발표한다. 급기야 강화도·교동도·서검도·석모도를 잇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짓겠다고 자랑하기에 이른다. 해양생태계 교란에 따른 해양환경 및 어족자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해류변화에 의한 인천항 선박의 입출항 안전문제, 한강하구를 이용한 개성공단과의 내륙수운활용 문제 등이 야기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시민사회의 의견을 배척한 사례들이 쌓여가고 있다.
민선4기가 시작된 지 1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연임으로 인한 주변의 신뢰와 권력은 강력한 추진력을 동반할 수 있지만, 오는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 성과를 등에 업고 시민사회와의 합의 없이 위험한 질주를 거듭하면서 뒤따를 시민사회의 여론악화와 감시·견제에 대한 부담은 어찌 감당하려는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강경하 인천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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