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수방식 바꾸면 상수원 규제 풀 수 있다

박종운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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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이 좌절된 주된 이유는 상수원문제였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배출되는 구리가 상수원을 오염시키므로 허용해줄 수 없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환경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음이 드러났다. 이치범 환경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모 경제신문 주최 포럼에서 “하이닉스공장만 한정해본다면 이 공장에서 배출되는 구리 때문에 (수도권 시민들에게) 문제가 될 정도로 팔당상수원이 오염되는 건 아니다”라고 실토했다.

그는 그래서 “오염물질 처리기술 발전현황 등을 감안, 규제정책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환경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 뒤늦게나마 잘못된 행정이 있었음을 시인한 용기에 대해선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상수원문제에 대해 환경부장관이 내놓은 해법은 너무나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규제 개선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의 취수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도 있어야 한다. 현재의 취수방식은 맑은 물 취수보다는 취수 편의만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한강의 취수지점은 구리의 왕숙천 물이 합류하는 지점, 그리고 용인의 경안천 물이 합류하는 지점이다. 가장 오염도가 높은 곳으로 꼽히는 지역에서 강물을 그냥 떠가는 간편 취수방식으로 취수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을 동원해 오염원을 찾아 단속하면서 주민들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가 맑은 물 취수방식을 외면하고 주민들만 단속하고 생산성 있는 경제활동을 못하게 함으로써 일어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얼마나 큰가?

독일 등 유럽의 경우는 강을 운하 등 생활공간·경제공간·레저공간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취수방식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과된 물을 취수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창원에서 강변 여과수 취수방식을 성공적으로 도입,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대구와 부산간 상수원 및 공단 등과 관련된 싸움도 이런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한강변에 강변여과수 취수시설을 마련하면 자연 여과(濾過)·자연 정수(淨水)된 맑은 물을 가정에 공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강을 운하(運河) 등 산업·관광·기타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으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갑작스런 사고에 의한 오염에도 끄떡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과도한 상수원 규제를 풀 수 있고 규제로 발목잡힌 경제도 살릴 수 있다.

/박종운 경기도 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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