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무한경쟁시대로 진입한 지 이미 오래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소련 등도 교육입국의 기치를 들고 자국 교육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방법이나 속도는 다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대한의 자율성 보장을 통한 무한한 창의력과 독창성의 창출이라는 일관된 주제는 공통인 것 같다. 교육에 관한한 대한민국은 두번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이다. 문맹률 거의 0%,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인 나라가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의 놀라운 발전은 뭐니뭐니 해도 교육 덕분이다. 자원도 없고 국토도 적으며 인구도 남한과 북한 합쳐 7천만명도 안되지 않은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을 교육 이외에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그러면 태평성대인가. 걱정은 지금부터다. 21세기 세계 최강의 나라들이 엄청난 경쟁을 필사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렵 등 전통적인 선진국을 차치하고라도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분발도 결코 간단해 보이지 않으니 어찌 안심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대통령께서 대학 총장들을 모아 놓고 일장 훈시를 하셨다고 한다. 대통령께서 하시는 말씀 가운데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시기인가. 어느 선진국 대통령이 총장들 앞에서 유치원생 다루듯 지시하는지 알고 싶다. 교육계의 어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총장들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게 걱정스러운 교육계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다. 서글픈 교육의 현실을 보고 있는 일선 교육자들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대학은 대학에게 돌려줘라, 교육은 교육자에게 맡겨라, 어느 세계 유명 대학이 교육부 간섭을 받는다는 말인가. 미국의 이른바 하버드·예일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저명한 유럽 대학들, 동경대, 심지어 중국의 베이징·칭화대 등도 자율적 판단이 우선시 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대통령이나 교육부의 의도와 목적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마치 무식해 용감한 것처럼 국민들에게 보여서는 안된다. 우리 모두 명심하자. 간섭과 통제로는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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