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의 주인은 누구인가

서 정 호 인천항만공사 사장

영화의 주인은 영화감독도 아니고, 주연배우도 아니다. 관람료를 내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야말로 진정한 영화의 주인이다. 영화의 숨은 주인인 관객들이 올해 눈길을 끄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을 6년만에 최저로 끌어내린 것이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47.3%.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절반 이상이 한국 영화 대신 외국 영화를 찾은 셈이다. 한때 70%를 넘나들던 한국 영화 점유율이 이처럼 낮아진 이유는 여러가지다. 하지만 갖가지 분석과 관계 없이 이런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영화가 관객들, 즉 주인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인인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 무관심했다는 뜻도 된다.

영화는 물론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주인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나 기관 등이 있게 마련이다. 주인이 어느 정도의 관심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진다. 인천항에도 당연히 주인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출범한지 2년이 갓 지난 인천항만공사를 인천항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펄쩍 뛴다. 인천항만공사는 일을 대신하는 머슴일뿐, 절대 주인이 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인천항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필자는 인천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하역사와 선사, 이곳에서 일하는 항운노조원들, 인천항을 이용하는 화주들과 인천항을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시민들이 진짜 인천항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이들이야 말로 인천항을 이끌어 나갈 자격이 있는 진정한 주인들이다.

하지만 인천항의 주인들은 너무 목소리를 아끼는 경향이 있다. 광양항과 부산항, 평택항 등 인천항의 경쟁 항만들은 다르다. 이들은 기회만 오면 자기들 항만을 더 키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느라 바쁘다. 정부를 상대로 잘 봐달라는 부탁은 물론이고 때로는 회유와 협박도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인천항의 주인들은 너무 얌전하기만 하다. 지난 2년 동안 인천항만공사를 이끌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주인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화초는 곧 시든다. 인천항 역시 주인들로부터 외면받는다면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인천신항이나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등도 인천항의 주인들이 한 목소리를 내줘야만 이뤄질 수 있는 과제들이다. 인천항만공사도 어느덧 출범 3년차를 맞았다. 3년차에는 인천항의 주인들이 인천항 발전을 위한 확실한 버팀목이 돼주길 바란다. 그래야만 인천항의 일꾼인 인천항만공사가 더욱 더 열심히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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