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하나인줄 알았다.
겨울에 옷 다 벗어야 비로소 나무가 모였다는 걸 알았다.
여름 내 울던 풀 벌레도 겨울이면 어디론가 떠나는 줄 알았지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너울가지 좋게 살아가는 것이다.
알몸으로 시린 날들을 접고 또 접으며
속으로 삼켜야만 새 옷 얻는 기쁨을 안다.
숲은 통째로 들고 와 그 속에 첨벙 뛰어들었다.
푸근하고 때론 시원하기도 한 숲 향에 휘감겨 잠이 든다.
서로의 다리를 나란히 뻗으며 발가락 깍지도 끼면서
겨울엔 훌훌 옷 벗어 술렁이게 하고 봄이면 살짝 걸치는 실루엣이 눈부시다.
숲은 밤이 없다.
리허설 없는 무대에 막이 오르고
다람쥐, 동박새, 꿩이 바람꽃, 마른 풀꽃들이
가득 쏟아 놓는 메조소프라노가 어줍기만 하다.
함께 숨쉬며 다음 장의 만남이 가슴 설레고
웃기도 하며 때론 삭이면서 견뎠을 것이다.
숨어드는 바람 한 점 안아주는 덜퍽진 풀숲
지친 발 끌어다 눕고 풀물 가득 배어드는 날이다.
< 시인 약력 > 경기 화성 출생 / ‘문학저널’로 등단 /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장원 / 경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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