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디 워, 과연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라는 주제로 출연한 패널들이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시청하게 됐다. 이날 패널 중에서도 ‘디 워’를 비평하는 입장에 선 진중권 교수의 거침없는 말들이 단연 화두가 됐고,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필자의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역시 진중권 교수의 어록에 대해 한마디씩 언급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 토론에서 ‘디 워’에 대한 비판론측과 옹호론측 주장들이 모두 전혀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좀 더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은 비판론측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심형래 감독이 오랫동안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갖고, 나름대로 충무로의 냉정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컴퓨터 그래픽 면에서 발전된 영화를 제작했다는 점은 인정받아야 하고, 관객들이 그러한 심형래 감독의 영화를 인정하고 보려고 한다는 점 역시 그 영화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외적인 요소, 즉 어느 정도의 애국주의와 심형래 감독의 인간 승리적인 영화제작 배경 등이 영화흥행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또한 최근 한국영화가 부진한 가운데 이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 헐리우드에 대규모 상영이 예정됐다는 점, 그리고 영화 제작비용과 관련된 손익분기점이 거론되면서 한국영화 살리기라는 명분에 밀려 제대로 된 영화 비평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현 시점에서 ‘디 워’에 대한 비판에 대해 한국영화 부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취급함으로써 마녀사냥식 매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반드시 문제로 지적돼야 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영화라고 해도 냉정한 평가가 뒤따라야만 더 나은 영화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고, 한국 영화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거침없는 쓴 소리도 필요하다. 심형래 감독은 오히려 이처럼 냉정한 비평이 자신에게 좋은 보약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깊이 되새겨야 할 것이다.
정 재 훈 변호사·소산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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