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성공한 젊은 여성으로 언론의 총애를 받던 신정아씨의 학력이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우리사회는 지금 허위학력 검증의 광풍에 휩싸여 있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디자인과 수줍은 웃음으로 사랑받던 건축가부터 유명 연극배우, 영화배우, 인기 영어강사, 전직 아나운서 등등 대중들의 사랑과 추앙을 받던 유명 인사들의 허위 학력 퍼레이드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남몰래 학력정보가 게재된 언론사의 포털사이트와 인물정보 관리팀 등에 경력을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허위 학력 논란이 불거질 때만해도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인사들이 양심을 속이는 짓을 했다는 점에 대해 분노했었다. 특히 허위 학력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충분히 알고 있었을 주변 인사들이 뒤늦게 무슨 대단한 증인이라도 된 것 처럼 그들을 비판하는 모습을 볼 때는 “당신 역시 그들과 한통속”이라고 호통이라도 치고 싶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쉽게 허위 학력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이들이 지금에 와서야 “그땐 몰랐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비겁한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그들 역시 유명 인사들을 이용해 이익을 보려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계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인정받았던 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도대체 이들이 왜 학력을 허위로 조작했어야 하는지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갖게 된다. 어떠한 경우든 학력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조작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 자의든 타의든 이들이 허위로 부풀려진 학력을 계급장처럼 앞세우며 각종 혜택을 받아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실력이 있어도 학력이 없이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회, 학벌만 좋으면 능력과 무관하게 우대받는 사회라는 점에 대해서는 냉철히 생각하고, 어떻게 이런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당분간 허위 학력 검증 논란은 계속될 것 같다. 단순히 남의 숨겨진 과거를 들춰내는 일에 흥분할 것이 아니라 기왕 시작된 허위 학력 검증 열풍이 견고한 학벌위주 사회를 녹여 없애버리는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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