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즉전(曲則全)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인데, 굽어서(曲) 온전할(全) 수 있다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 지상의 모든 길도 강도 나무도 적당히 휘어져 있어 자신의 임무를 다할 수 있고, 지하의 온갖 나무 뿌리도 알맞게 굽어서 척박한 땅 속에서도 자신의 생명을 보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길이나 강이 곡선이 아니라 직선이라면 어떻게 될까? 곳곳에서 장애물을 만나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물론 고속도로나 철도는 예외라서 곧은 길이다. 하지만 굽은 길을 내어야 할 지형에서 곧은 길을 내기 위해 산을 깎고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자연은 무수한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산과 강을 따라 적당히 굽은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뜻밖의 선물을 많이 받는다. 높은 산은 우리에게 생(生)의 장엄함과 의연함을 가르치고, 긴 강물은 삶의 겸허함과 유연함을 가르친다.
‘곡즉전’하면 인생길이 생각난다. ‘물길’이란 말이 있듯, 강도 하나의 길이고 ‘인생길’이란 말이 있듯, 우리의 삶도 하나의 길이고 흐름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난관도 있고 선택한 시행착오도 있다. 하지만 선택했든 아니든 모든 길은 저마다 ‘자기 앞의 생’을 살아가는 과정이기에 피할 수 없고, 피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게 하나 있다. 길이나 강이 휘어져 흐를지라도 크게 보면 방향은 일정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이다. 길이나 강이 방향을 잃어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길도 아니고 강도 아니다. 지향할 곳이 없으면 길이 아니고, 도달할 곳이 없으면 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생길은 굽이굽이 휘돌아 마침내 어느 한곳에 도달하는 길이요, 강이다. 가다보면, 곧은 데도 있고 굽은 데도 있다. 쉽고 편한 때도 있고 힘겹고 어려울 때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야 할 목표와 방향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지독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이 오고 있다. 오늘 하루도 각자 ‘자기 앞의 생’에 충실해 또 한해의 결실을 기약해보자.
홍 성 훈 여주대학 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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