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국민들의 경제 불안감은 심각하다. 취직이 안된다. 장사가 안된다. 내일이 안보인다 등등 하소연들이 많다. 학위 분야가 전혀 동 떨어진 석·박사가 환경미화원에 응시했다는 보도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반발한다. “경제는 잘되고 있다. 수출 3천억 달러에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단군 이래 최초의 대통령이다. 경제가 잘못되고 있는 지표(Index)가 있으면 가져와 봐라. 따져보자.” 이 양자 사이의 현실 인식에 대한 괴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다툼의 양상이 마치 예전 독재정권 시절 국민들이 물가상승에 불안해하면 정부가 물가지수라는 것을 들이댔던 것과 같다. 당시 독재정부는 물가가 안정됐으며 일부 물가가 오르는 것은 투기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할 수 없이 이를 반박하기 위해 시중에서는 ‘장바구니 물가’란 개념이 등장했다. 주부가 장바구니를 채우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돈이 더 든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중에 밝혀진 것이었지만 원인은 정부의 무리한 통화증발(通貨增發)이었다. 결국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의 독립으로 귀결됐다.
이처럼 원인과 결과가 다른 곳에 있는데 장님 코끼리만지기 식으로 서로 엉뚱한 이야기만 하면 이야기는 겉돌게 된다. 따라서 경제불안감과 경제신기록(?) 사이의 괴리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정작 경제신기록의 선두에 있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4~6년 후면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수출은 계속 늘어난 게 사실이지만, 이윤이 반토막 나고, 반도체시장 전망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나 베트남 공장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비상경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조경영으로 돌파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세계의 소비자들에게서 각광받고 잘 나갈 분야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삼성·현대·LG 등의 활약에 힘입어 수출 3천억 달러와 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건만 가장 선두에 선 부분에서조차 느껴지는 비장함은 ‘단군 이래 최고’의 여유로움과는 정반대다. 그 여파가 당장 협력업체들에게 미치고 있다. 일자리를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미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불안감의 근저에 있는 ‘현재의 어려움’이나 ‘추세에 대한 불안감’ 등을 역전시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자랑보다는 어떻게 실업, 특히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떠나가는 공장들을 돌아오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박 종 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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