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정 재 훈 소산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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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한 어린이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떨어진 아이를 잡고 어쩔 줄 몰라하던 엄마의 표정은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 일을 보면서 같은 동에 사는 사람들의 일이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가 않고 계속 마음이 쓰였다. 이렇듯 죽음은 항상 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삶과 함께 공존한다. 우리 각자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살지만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인생의 본질이고, 또한 한계이며, 매력일 것이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로 잡혀 생존해 있던 전원이 모두 풀려났다. 이들은 정말 외롭고 힘든 곳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앞서 희생된 두분의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공포감과 두려움 등이 남아있는 자들을 지배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그 상황을 이기며 버티어 냈고 살아왔다. 그들에게도 기약하지 못했던 미래의 시간들이 새롭게 주어진 것이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고 이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터부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죽음을 두려워만 하고, 애써 외면하려고만 할 것인가. 결국 인간이 죽음에 관한 본능적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종교가 필요한 것 같다.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죽음은 삶의 종결이며, 그후로는 아무 것도 없는 허무함일 뿐이고 자신의 존재가 아예 소멸되는 단계로 생각하지만, 종교적 관점에서는 죽음이란 단순히 현재의 삶의 끝이 아니며 그 이후의, 즉 내세의 삶으로 들어가는 시작이고 관문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의 삶은 죽음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현재의 삶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 그것이 슬픔과 절망, 고통 등의 감정만 동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역설적으로 죽음을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은 생에 대한 집착과 열정이 훨씬 강하다고 한다. 가끔 주위에서 유서를 써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의 눈에는 삶에 대한 소중함이 담겨 있으며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가려는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은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 우리가 죽음의 문제를 좀 더 가까이 두고 친숙하게 느끼기 위해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아름답고 의미있는 모습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정 재 훈 소산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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