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수용과 규제, 충분히 보상해야

김 이 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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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상수원 보호 같은 목적은 거부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경기북부는 토지이용에 중첩적 제한을 받는다. 주민들의 불만도 높다. 오래된 지혜를 빌려 이 문제를 생각해본다.

케이크를 두 형제가 똑같이 나눠 먹으라고 했지만 서로 다툰다. 힘센 형이 먼저 크게 베어가면 동생에게는 별로 남는 게 없다. 힘이 약한 동생은 항상 불만이다.

오래된 지혜는 “한 사람이 자르고, 다른 사람이 선택하게”(You cut, I choose) 하라고 가르친다. 이제 자르는 형도 눈에 띄게 크게 자르면 그 쪽을 동생이 차지할 것이므로 같은 크기로 자르려고 정성을 다한다. 형이 제멋대로 할 수 없다. 동생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두 형제는 어쩌면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지 모른다. 그러나 케이크가 아니고 토지라면? 형제간이 아니라 남들 사이의 다툼이라면? 어떤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키로 했다고 해보자.

이제 그 지역의 일정 지역을 ‘도로’가 차지하도록 금을 긋고 토지를 수용할 것이다. 이 금 긋기는 많은 다툼과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이때 수용대상 토지에 대해 시장가격으로 충분히 보상케 하는 것이 이 오래된 지혜를 활용하는 길이다.

마치 자르는 사람과 선택하는 사람이 다를 때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되듯이, 시장가격 보상은 남을 배려하게 만든다. 아마도 보상총액이 적으면서도 주민들의 이용도가 높은 노선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 결과 갈등도 크게 줄어든다.

그런데 시장가격으로 수용되는 토지들을 보상하고서는 도저히 도로 건설비를 감당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공공의 목적을 내세워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강제로 수용한 다음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옳을까? 그렇지 않다. 시장가격만큼 충분히 보상하는 것이 갈등뿐 아니라 토지이용의 비효율도 줄인다.

어떤 토지이든 그 시장가격은 사람들이 현재 최소한 그만큼 가치 있게 사용하고 있거나 장차 그렇게 사용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시장가격으로 토지들을 보상한 후에도 건설할 가치가 있는 도로라야 비로소 종전보다 토지를 더 잘 쓰는 셈이다.

그렇다면 토지의 용도제한은 어떨까? 사실 군사시설보호구역, 팔당 상수원 보호지역, 수도권 공장입지 제한 등, 수도권, 특히 경기도에 이런 용도 제한이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득을 본다고 하더라도, 용도를 제한당한 토지의 가치는 떨어진다.

토지이용규제는 토지수용에 비해 분명 더 약한 강제조치로 보인다. 그렇지만 토지이용규제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남발될 수 있다. 토지이용을 규제할 때에도 “You cut, I choose”의 지혜처럼 남을 배려하게끔 할 수 없을까?

떨어지는 재산 가치만큼 보상하거나, 만약 이렇게 보상해줄 만큼 재정사정이 좋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한다.

이렇게 고민하다보면,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기보다는 불만도 줄이고 토지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김 이 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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