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좌제로서의 내신제 반영률 높이기는 부당

박 종 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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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부는 내신 반영률을 높이지 않았다며 고려대에 대해 160명 정원 삭감 조치를 내렸다. 교육부가 내신반영률이 지나치게 낮은 대학을 제재하겠다고 발표한지 하루만에 나온 조치이다. 고려대는 대학들 가운데 가장 낮은 내신반영률(17.96%)을 발표했었다. 물론 교육부는 다른 이유를 들었지만, 저간의 사정을 보면 ‘괘씸죄’를 물은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면 과연 내신제는 교육부가 이렇게까지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밀어 붙여야만 하는 정당성을 가진 제도인가? 내신제는 비교 대상을 해당 학교의 학생들로 한정할 때만 유효하다. 졸업시 우수 학생을 표창할 때, 마지막에 반짝 좋은 성적을 올린 학생보다 줄곧 우수했던 학생을 선발할 필요가 크다고 볼 때, 그때만 내신 성적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비교 대상이 같았던 내신제에 부여하는 의미가 해당 학교와 대학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학이 평가하고 원하는 학생이 해당 고교의 평가와 같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교 대상이 해당 고교를 벗어나 다른 고교 학생들과 비교되는 순간 내신제는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된다. 극단적인 사례로 외고나 과학고 등 소위 특목고의 내신 7~8등급 학생이 일부 학교의 내신 1등급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이 그 분야의 최고 인재들을 모은다는 점에서 수능을 더 높이 쳐주고자 할 때, 교육부가 나서 대학에 내신 반영률을 강요하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대학에서 박탈하는 불합리한 조치가 될 것이다.

내신제와 수능의 불균형을 무시하며 일정한 비율의 반영 강요는 동등한 경쟁을 막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연좌제적인 것이기도 하다. 고교등급제도 연좌제에 해당되는 제도이지만 그나마 그것은 축구시합처럼 팀플레이로 등급을 올릴 수 있는 여지라도 있다. 하지만 내신제는 우수 학생이면서 내신 등급이 낮을수록 자퇴 후 검정고시라는 편법을 찾게 만드는 제도로 팀플레이조차도 깨버리는 더 나쁜 제도이다.

시장경제 사회에서 남에게 봉사할 품성과 능력 등을 갖춘 인재 양성이 교육의 본질적 기능이라면,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 등에 맞춰 교과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에 맞춰가려는 노력을 교육부가 차단한다면, 이는 교육부의 존폐까지 거론하는 시중의 여론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교육부는 더 이상 아무도 원치 않는 연좌제적 내신제를 강요하는 반시장·반시대적 행정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박 종 운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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