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남으로 인해 이뤄진다. 부모와 만나 인생을 출발하고 가족을 만나고 이웃을 만나면서 세상이 열린다. 거리에서, 차 안에서, 학교에서 공원 등지에서 수없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스치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다투기도 한다. 발에 차이는 돌 부리도 만나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도 만나며 하늘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며 수많은 차량들과도 만나고 가지가지 건물들과도 만난다. 미운 사람도 만나고 고운 사람도 만나고 잘난 사람도 만나고 못난 사람도 만난다.
이 세상은 만남을 통해서만 나를 나답게 성숙시키며 삶을 영위해 간다.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기만 하면 짜증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상처를 입히는 사람도 있고 나에게 상처를 줘 아프게 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 인간 싯달타는 왕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인간의 근원적 고뇌를 규명하려는 열정을 갖게 됐고, 맹자는 훌륭한 어머니 덕분에 천하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으며, 톨스토이는 악처를 만났기 때문에 대 문호가 될 수 있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의 만남은 어떠했을까? 하늘에서 견우 직녀가 1년에 한번씩 만나 사랑을 나누는데 반드시 지상의 까치가 올라가 다리를 놓아 줘야 그 다리 위에서 만난단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만남도 우리가 사는 땅의 동물이 올라가야 만나는 기막힌 설정은 우주와 하늘과 땅의 만남을 하나로 보는 우리 선조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만남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전설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렇게 자연과 우주를 넘나드는 꿈을 가진 민족이었다.
현대인의 만남은 너무 계산적인 것 같다. 만남, 그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목적을 설정해 놓고 거기에 상대방을 맞추는 형태로 만남을 꾀하고 있다.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일방적인 만남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만남을 소중하게 여길 때 인간관계는 발전하고 친숙하고 정겨워 진다. 어느 때, 어떤 상황에서 만나든 만남은 소중한 것이다. 모든 만남은 우연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내 인생에 필연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만남으로 인해 우리가 이뤄지고 열리며 서로 생명이 흐르는 것이다. 나와 만남으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베푼 작은 친절 때문에, 내가 베푼 작은 나눔 때문에, 누군가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는 헛된 사람을 산 게 아니다. 만남을 소중하게, 간절하게 하자.
김 각 현 경기도노인복지시설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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