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동창들을 오랜만에 만나게 됐다. 아이가 특목고를 준비하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수백만원대 과외를 받고 있다는 친구, 학원을 아예 보내지 않고 있다는 친구,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원에 대한 정보는 서로 말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친구까지 모두의 공통된 화제는 교육이었다.
혹자는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을 가져왔고 획일적인 교육으로 폐단이 생겼으니 평준화를 해체하고 특목고를 확대하는 게 교육의 질을 높인다고 한다. 평준화로 인한 학력 저하의 근거는 없고 오히려 비평준화보다 평준화의 긍정적 효과는 여러 자료들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교육개발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외고의 경우 ‘교육효과가 없으며 특목고 효과는 좋은 배경과 학구열 등을 갖춘 학생들을 뽑은 선발효과’라고 분석하며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외국에는 어학영재의 개념도 없고 물론 그들만을 모은 학교도 없다. 그런데도 특목고가 인재 양성을 위한 유일한 대안처럼 설립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대한민국 계급과 사교육투자 순위는 영어점수로 대표된다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일렬로 줄을 세우고 가정 배경이 좋은 아이들을 따로 선발해 가르치고 싶은 기득권 중심의 사고에서 나온 게 특목고 열풍의 근원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일반 대다수 학교들에 재정을 쏟아 붓는 것보다 특목고 한곳에 집중 투자, 드러내기 위한 전시행정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온갖 이름만 요란한 명품교육의 보고와 조회수 등을 올리라고 지시하고 ‘창조교실’을 실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창조교실’의 내용은 초·중·고교에서 성적 우수자들을 뽑아 학교에서 방과 전후로 영어와 수학 등을 외부 강사나 교사들에 의해 가르치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성적에 따라 따로 학생들을 모으고 수강료도 별도로 책정할 수 있고 학원 강사를 초청할 수 있다는 게 경기도교육청으로서 내릴 수 있는 공문인지 의아스럽다. 경기도교육청이 공교육 속에서 차별과 파행 등을 지시하고 전시행정의 극치를 달리고 있어 학교현장의 고충은 매우 크다. 이에 대해 반발하는 교사들의 항의서명이 경기도교육청으로 가자 명단을 다시 학교로 통보해 경위를 묻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건과 내용 등을 교육 주체들과 토론하고 자발적 협력과 소통구조를 만드는데 더욱 힘쓰길 바란다. 공교육 속에서 대안 찾기는 모든 사람들의 절실한 과제이다. 학교 내에서 획일적인 점수만 강요하지 말고 다양하고 창조적인 활동과 체험 등이 가능해지도록 대안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남한산초등학교는 운동장의 구령대부터 없애는 일에서부터 다양한 대안 찾기를 시도했다. 공교육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이 대안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나가고 구조화하는 것이 헛된 꿈이 아니길 바란다.
유 정 희 전교조 경기지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